[EE칼럼]‘녹색 사다리’, 지속가능 발전의 지렛대 삼아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18 08:17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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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최근 굵직한 국제 뉴스들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잇단 재해 소식이 들려와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8일 모로코 북동쪽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수천 명이 사망했고, 10일에는 리비아 동부 지역을 할퀸 대홍수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나라 모두 저개발 국가이다 보니 그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26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 이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국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 사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발언했다. 이번 G20는 ‘하나의 지구, 하나의 가족, 하나의 미래(One Earth, One Family, One Future)’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리더에 해당하는 의장국 인도의 외교 역량이 잘 드러난 행사였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아프리카 국가 정부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이 G20의 회원국이 됐다.

필자는 지난 7월 에너지경제신문 기고를 통해 한국에 있는 기후변화 대응 관련 국제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주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G20를 계기로 윤 대통령이 인천 송도에 본부를 둔 녹색기후기금(GCF)에 3억달러를 추가로 공여하기로 한 것과 서울에 소재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및 송도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번 ‘녹색 사다리’ 제안이 한국의 글로벌 사우스(저개발 후진국 통칭)로의 진출에 실질적인 레버리지가 되기를 주문한다.

첫째, 아프리카 대륙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의 존재감은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다극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건곤일척의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조차도 중국으로부터 완전한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며, 거대한 중국 시장을 완전히 대체할 만한 별도의 단일 시장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국가들이 중국 시장을 대체·보완할 만한 시장을 찾는데 사활을 걸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역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에 해당하는 아프리카 전체, 중남미, 동남·남아시아, 중동 지역은 자원이 풍부한 데다 인구가 많고, 개발 잠재력이 높아 앞으로도 그 중요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둘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과 사회기반 시설을 정비하는 것은 해당 국가들의 성장과 시장 확대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복수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성장의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은 개발 잠재력이 높은데도 사회기반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아 저개발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국가들이 많다. 더군다나 글로벌 사우스는 지리적으로도 기후위기 상황에 더 심각하게 노출되는데 사회기반 시설이 취약하다 보니 재해가 발생하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크게 타격 받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 때문에 다시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이 지역에 속한 국가들이 사회기반 시설을 잘 갖춰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는 것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일일 뿐만 아니라, 무역대국인 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셋째, 글로벌 사우스에 ‘녹색 사다리’ 접근을 통해 차세대 원전이나 수소 기술, 탈탄소 해운 기술, 친환경 항만 인프라와 같은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신산업 분야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이미 IT 산업은 물론, 배터리와 같은 기후기술 분야에서도 훌륭한 기술력과 제조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공급망 재편의 국면에서,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리쇼어링, 니어쇼어링 전략에 의해 기업들이 국내 보다는 해외에 생산 시설을 짓고 있어 국내 산업계에 직접적인 낙수효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공동화마저 우려된다. 미국은 한국의 동맹이자 최대 시장인 만큼 대세를 따라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산업계를 어떻게 유지 및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절실한 시기이다. 이런 차원에서도 윤 대통령이 언급한 것 처럼 신산업 분야는 국내에서의 일자리와 직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녹색 사다리 정책이 글로벌 사우스나 한국에게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렛대가 되기를 바란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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