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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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논란은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세워진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 중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이전하려는 학교와 국방부의 시도가 발단이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홍 장군의 유해를 봉환해 대전현충원에 모셨고, 그 묘비를 하필이면 좌파의 상징적 인물인 신영복의 글씨체로 만들면서 우파 세력의 심기를 건드렸다. 홍범도 장군의 행적에 대해서는 일부 우파 역사학자와 군 장성들을 중심으로 그의 자유시 참변에서의 역할과 이후 행적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문재인 정부는 월북한 공산주의자 김원봉의 복권 시도가 여의치 않아 그랬는지 레닌으로부터 권총을 하사받고 이후 공산주의자로 행동한 홍 장군의 유해 봉환 과정과 묘지의 크기 등에서 법규를 고쳐가면서까지 환대했다. 또 1962년에 이미 서훈 받은 홍 장군에게 다시 훈장을 추서한 것도 명백한 동일 공적에 대한 이중 서훈이다.
대통령실이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면서 사실상 이념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밝힌 가운데 육사와 국방부의 홍 장군 흉상 이전 시도는 당연하게 좌파 및 야권과의 이념 갈등을 촉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의도적인지, 우연인지, 또는 대통령실이 사실상 주도한 것인지는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현재로선 그런 의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공산주의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수호해 온 군의 입장에서는 공산주의자로 평가될 수 있는 홍범도 장군을 국군의 뿌리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군과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 또는 이전하려는 시도는 현시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홍범도 장군은 우리 국민 모두가 수십 년에 걸쳐 자랑스런 독립운동의 하나로 교육받아 온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의 영웅이다. 그런 영웅의 흉상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도 않았는데 이전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당장 광복회도 절대 반대를 부르짖고 나서지 않았나. 대다수 국민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독립운동의 영웅으로 배워온 홍범도 장군이 하루아침에 공산주의자로 평가되는 것을, 그것도 군 일각에서 그런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일부 군과 국방부의 홍 장군에 대한 이해가 유일한 해석일 뿐 이것이 반드시 옳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조선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유석재의 돌발史전’은 자유시 참변과 이후의 홍범도 장군의 행적에 대한 다수의 역사적 사실을 제시하고, 홍 장군의 자서전과 일부 독립운동가들의 홍 장군에 대한 평가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비록 ‘사실’이라고 해도 사실의 역사적 의미와 해석은 끊임없이 평가와 재평가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오늘 군과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거나 이전한다고 해서 그것이 최종적일 것이라 보는가. 정권이 바뀌고 역사 해석이 달라지면 오늘 홍 장군의 흉상 이전을 주도한 사람들이 단죄되고 다시 원래의 위치로 되돌려질 가능성은 없을까. 만일 그렇다면 홍 장군의 흉상은 이리저리 이전을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어리석은 짓을 무엇 때문에 하는가. 정치가 역사를 해석하고 재단하는 일을 한다면 반대 세력에 의한 동일한 행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