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CF100·RE100 정치언어에 휘말리는 업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20 14:38

이원희 정치경제부 기후에너지팀 기자

이원희(증명사진)


"CF100(사용전력의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조달)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고집하는데 잘될 리가 없어요. 정부가 원자력발전을 밀어주려고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펼치는 겁니다."

야당과 재생에너지에 우호적인 에너지 전문가는 물론이고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를 만나도 자주 듣는 이야기다.

반대인 원전 쪽에서는 RE100에 대해 에너지정책을 망치고 있는 주범으로 보는 듯하다.

CF100과 RE100으로 나뉘어 서로 홍보하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업계가 정치 집단처럼 느껴진다.

CF100과 RE100은 이제 정치 언어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에서 밀고 있는 CF100은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에서 원전과 수소 정도를 얹은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야당은 여당에서 주장하는 CF100을 국제 기준이랑 다르고 우리나라 혼자 밀어붙이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그 말도 맞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말하는 CF100은 단순히 RE100에서 원전과 수소를 얹은 개념이라 보기 힘들다. 외국에서 말하는 CF100은 무탄소 에너지원의 전력을 생산과 동시에 사용하겠다는 의미가 추가됐다.

하지만 RE100에도 정치적 결함이 있다. CF100은 RE100의 정치적 결함 속에서 탄생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태양광·풍력 발전은 우리나라에서 주요 선진국보다 비싸게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제조업은 외국에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하려면 외국산에 많이 의존해야 한다.

우리나라 바다에 외국 기업들 다수가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에게 비싸게 전기를 사주면 그 이익은 다른 나라로 흘러간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수출기업들에 탄소배출량을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RE100 안 하면 세금 더 내라는 의미다.

EU가 무역장벽을 당당하게 펼치는 이유는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어서다.

CF100은 재생에너지도 확대하지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 중 국내 산업에게 유리한 에너지원을 활용하겠다는 명분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RE100을 중심으로 세워진 국제 기준도 무시하기 어렵다.

CF100과 RE100은 모두 명확하게 한쪽이 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정치 언어라고 보이는 이유다.

에너지 업계는 CF100과 RE100이라는 정치 언어에서 빠져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두 단어에 기댈수록 정치소용돌이에 더 깊게 빠지게 될 것이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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