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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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아파트, 오피스텔, 주상복합 등의 부동산 개발 사업의 자금 조달 방식으로 주로 쓰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은 일반적으로 브릿지론, 본 PF, 중도금 대출, 잔금대출 순서로 진행이 된다. 그리고 각 진행과정에서 자금이 유동적으로 연계돼 단계마다 자금회수와 신규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부동산 금융과 건설 자금이 흘러간다. 자금을 대는 증권사, 금융기관 등은 해당 사업과 사업 시행자에 대한 PF대출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PF대금의 회수를 위해 시행자에게 시행목적이 되는 부동산을 신탁하도록 하고, 시공사의 보증을 요구한다.
부동산 시행사업의 수익구조는 분양수익금과 사업에 지출된 비용을 비교해 분양수익금에서 사업비용을 뺀 순수익이 크면 클수록 시행자의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분양률이 높을수록 시공사는 공사대금을 온전히 회수할 수 있고, 새로운 주택공급사업을 벌일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발 고금리 및 원·달러 환율 상승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파동 등으로 철근, 시멘트 등 건설 원자재 가격이 치솟아 원가가 크게 오르면서 시공사는 시행자에게 공사대금 추가 증액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행자 역시 고금리에 따라 PF대출에 대한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마당에 시공사의 공사대금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편인 데다 주택경기 침체로 분양마저 어려워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모든 PF사업장으로 확산되며 주택건설시장에 PF발 동맥경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 이뤄진 PF대출의 변제가 어려워지며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고, 제1금융권은 물론이고 새마을금고 증권사 등 PF 대출 중단사태로 이어진다. 수익성이 좋은 곳으로 평가되던 노른자위 시행사업 PF대출 마저도 선순위 대출금리가 10~12%에 달하고, 중·후순위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치솟는다. 분양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비용과 금리마저 치솟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으니 재개발·재건축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손해보고 사업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PF보증을 선 시공사도 공사대금의 회수가 지연되면서 신용평가등급이 떨어지는 등으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PF자금의 경색은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중단으로 이어지고 수급난을 가중시켜 결국에는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표심잡기용으로 공급확대를 통한 주거안정을 공약의 단골 메뉴로 앞세운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8월 16일 규제완화를 통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과 민간도심복합사업 등 수도권 위주의 민간개발사업을 촉진해 5년간 270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의 ‘국민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실적은 참담하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분양 및 준공물량이 각각 28만7624가구, 44만3370가구에 그쳤다. 올해는 7월까지 공급물량은 7만8631가구에 불과하고, 준공물량도 23만758가구에 그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올해 1월 PF보증제도 개선을 통해 10조원을 공급하고, 준공 전 미분양사업장에 대한 보증지원으로 미분양대출보증을 신설해 5조원을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4월을 기준으로 기존 PF대출 상환 용도의 PF보증 실적은 1건에 불과했고, 미분양 대출보증은 발급실적이 없다. 이렇게 보증실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건설업계는 HUG의 대출 심사기준이 지나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시행자가 토지비의 10%와 총사업비 2% 중 큰 금액을 먼저 투입하고, 시공사는 HUG자체 신용평가에서 BB+등급 이상·시공능력평가순위 500위권 이내로 책임준공이 가능한 경우 등의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사업부지를 HUG가 지정하는 부동산 신탁사에 신탁해야 하고, 외부전문기관으로부터 사업성분석보고서를 받아 별도심사를 거쳐야 하는 등 지나치게 가혹해 사실상 ‘하지 말라는 거와 다름없는 시늉만 낸 지원책’이라는 볼 멘 소리가 나온다. 사업시행자와 건설사의 도산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도 대출 부실화 방지에만 신경 쓸 뿐 PF정상화에는 정부나 공기관, 금융기관 누구 하나 관심을 갖는 이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건지,애써외면하는 건지. 주택 건설 활성화와 대출부실화 예방이라는 두 토끼를 잡을 정교한 부동산 PF 정상화 정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