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정치경제부 기자
내년에는 국민들이 22번째 국회라는 섬을 만드는 시기다. 총선이 6달 앞으로 다가오자 정치권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선거는 국민들에게 혁신의 정치와 새로운 정치인을 기대하게 만드는 축제다. 국내 정치는 지금까지 거대 양당 체제로 고착화 돼왔다. 최근에는 양당의 대립각이 뾰족해지면서 국민들도 강 대 강 대치에 피로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정치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희망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향한 거대 포식자들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최근 원내 의석 수 한 자리에 불과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인재로 영입했다. 국민의힘은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연대체를 만들자"며 시대전환에 합당을 제안했다. 시대전환의 슬로건은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창당 정신에 어긋나는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3당을 흡수했다. 마지막 후보자 TV토론까지 마친 뒤 다음날 아침 갑자기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깜짝 단일화’를 했다. 합당에는 ‘정치 이념을 떠나 인재를 영입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라는 명분이 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결국 거대당에 흡수된 셈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창당을 마친 신당들도,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국민들도 동력을 잃기 충분하다.
민주주의에서 필요한 건 획일화나 단일화가 아닌 다양성이다. 거대당이 여러 층을 아우른다는 핑계로 합당을 이어간다면 이는 정치의 다양성을 앗아가는 반(反) 민주적인 정치활동이다. 다양성이 필요하다면서 왜 굳이 ‘우리 당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라고 고집해야 하는가? 갈라파고스는 고립됐기 때문에 다양한 종의 생물들이 생존할 수 있었다. 고립되지 않았더라면 거대 포식자들에게 먹혀 종의 다양성이 사라졌을 것이다.
정치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담는 큰 그릇이어야 한다. 종의 다양성처럼 인간의 의식이나 철학은 다양하다. 그래서 의회에서도 여러 목소리를 낼 다양한 정당이 나와야 한다. 이는 거대당이 단순히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충족시킬 수 없는 부분이다. 오히려 여러 목소리를 낼 다양한 정당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의회정치가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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