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금융투자협회 책임론 부각
새내기 두올물산, 19연상으로 한달만에 '대장주'
통정매매 정황 뚜렷해도 '투자유의' 단 한차례
검찰도 금투협 지적 "구조적인 문제점 확인"
장외시장에서 시세조종을 통해 수천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일당이 기소됐다. 이들은 앞서 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즈)와 디아크(현 휴림에이텍)의 주가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회계사 출신 이준민과 그 동료들이다. 이번 혐의는 앞서 기소한 사건과 별도가 아니라 전부 연결된 ‘작전’이다. 에너지경제는 장외시장까지 이용한 ‘주가조작 일인자’의 수법을 자세하게 들여다보았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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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비상장주식 장외시장 K-OTC에서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던 두올물산(현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사기적 부정거래로 주가를 끌어올린 사실이 적발됐다. 주가조작 일인자로 알려진 전직 회계사 출신 이준민 씨의 작전이다. 이에 K-OTC를 운영하는 금융투자협회의 책임론도 부각되고 있다.
◇ 등록 한달만에 대장주…알고 보니 주가조작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올물산은 지난 2021년 9월 13일 K-OTC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상장 첫날부터 두올물산은 상한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527억원을 기록한다. 당시 전체 142개 기업이 등록된 K-OTC시장에서 시총순위 52위를 기록했다.
상승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K-OTC 등록 한달 만인 2021년 10월 12일에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한다. 시총은 3조4428억원까지 올랐다.
이후에도 주가상승은 이어졌다. 두올물산이 사상 최고가격을 기록한 2022년 2월 16일의 시가총액은 24조5282억원을 달성했다. 상장 첫날 시총과 비교하면 464배 증가한 수치다.
검찰의 수사 결과 두올물산의 주가 급등은 통정거래에 의한 사기적 부정거래의 결과로 밝혀졌다. K-OTC 등록 이전부터 주식을 나눠 받은 이들과 회사 측이 거래 시간과 가격 등을 미리 정해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 금투협, 주가조작에 속수무책…관련규정 미비
이에 대해 K-OTC시장을 운영하는 금융투자협회의 미숙한 시장운영이 논란이다. 신생 등록사가 한 달 만에 시장의 대장주로 등극하기까지 실질적으로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투협은 두올물산이 대장주가 되기까지 총 두차례 주가급등에 대한 사유를 묻는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바이오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주가 급등에 영향을 끼친것 같다는 답변을 보냈고 이에 대한추가 조치는 없었다.
당시 두올물산이 추진한다는 바이오사업은 당시 코스닥 상장사인 OQP(현 휴림에이텍)이 추진하던 오레고보맙이라는 난소암 치료물질 관련 사업이다. OQP는 해당 사업에 대한 가치를 3752억원으로 부풀렸다가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된 곳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 가치 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사업을 K-OTC 등록사가 이어받아 추진하는데도 금투협은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를 할 수단이 없었다. 당시 K-OTC 운영규정은 자본 관련 문제나 감사의견, 기업회생 등에 대한 이슈에 대해서만 공시의무를 부여하고 등록해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언론 지적에도 "모니터링 하고있다" 답변만
결국 금투협은 두올물산이 주가급등으로 시장의 대장주가 되는 과정에서 단 하루도 주식거래를 정지할 수 없었다. 시장조치는 이미 두올물산이 대장주가 된 뒤인 2021년 10월 15일 주가 급등에 의한 투자유의를 공시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나마 2022년 3월들어 투자유의종목 지정도 해제해준다.
문제는 이미 언론보도 등으로 두올물산의 주가 급등이 비정상적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던 상황이라는 점이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두올물산의 주가가 일부 주식리딩방의 매수 신호 뒤 급등하고 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확인 결과 ‘두올물산kotc’라는 아이디가 그해 9월 6일 개설해 운영하던 채팅방에서는 두올물산의 주가를 움직이겠다는 특정인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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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0월 19일 두올물산 관련 오픈채팅방 대화내용. 캡처=강현창기자 |
주가가 12만9500원을 기록한 10월 19일 해당 채팅방에서는 "2시전에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채팅이 오간 뒤 실제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19번 연속 상한가 마감을 한 다음 날이었다. 당시 시간대별 거래내역을 확인해보면 10주씩 꾸준히 매도-매수주문이 나오고 체결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 수사 결과 주가조작을 지휘한 이준민 씨 일당이 K-OTC시장 등록 이전에 지인들에게 두올물산 주식을 나눠 준 뒤 해당 시기에 통정거래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내역을 확인해 봐도 통정거래 정황이 뚜렷한 상황이었지만 금투협은 이에 대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
당시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두올물산의 주가급등을 확인하고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등록 해제 등의 요건에는 맞지 않아 거래는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 검찰도 "금투협 허술했다" 지적
소극적인 금투협의 대응에 대해 검찰도 문제 제기에 나서고 있다.
남부지검은 이 씨 등을 기소하며 K-OTC시장에 대해 "유동성이 작아 물량통제가 쉽고, 소규모 매매만으로도 주가급등 및 유동성 가장 등 시세·시황 조작이 가능하다"며 "시세조종 등 범행에 취약한 구조적인 문제점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금투협은 지난 2005년부터 ‘프리보드’라는 이름으로 비상장주식 장외시장을 운영했다. 프리보드는 2014년 K-OTC로 이름을 바꾸고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K-OTC시장 운영규정에 등록기업 임직원의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거래를 정지하거나 등록을 해제할수 있게 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출범한지 17년이 지나서야 위법행위에 대한 시장규제가 신설된 것이다.
현재 카나리아바이오엠이라는 이름으로 거래 중인 두올물산은 주가조작 등으로 주요 인물 등이 구속까지 됐지만 관련 시장조치를 받은 상황은 아니다. 이 씨 등의 혐의가 자본시장법 위반이긴 하지만 횡령과 배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올물산의 사례로 K-OTC시장도 작전세력의 놀이터가 될 수 있음이 알려졌다"며 "유사한 사례를 막기 위해 정규시장에 준하는 규제가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에도 도입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