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말 2.5억원 남은 애니젠, 소액주주에게 손 벌려
상장 때 수출+신약 개발 약속, 7년이 지나도 못 지켜
기술상장특례 부작용 드러나, 나스닥 사례 참고해야
[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기술특례상장을 한 제약·바이오 기업 애니젠이 정작 상장 이후에는 기술 성장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무구조상 좀비기업의 모습이 더 부각되고 있어 현재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선택을 했다.
22일 애니젠은 2016년 말 기업공개(IPO) 이후 첫 유·무상증자를 단행했다.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41만주(1주당 0.2378825818주)를 1만2820원에 발행해 180억7620만원을 조달한다는 목표이다. 대표주관사는 신한금융투자이고, 청약기일은 12월 13일이다. 또한 1주당 0.3주씩 무상증자하기로 결의했다.
조달한 180억원의 자금 중 25억원은 설비 구입 등 시설 자금으로 쓰이고 155억원은 임상 실험 진행 등을 위한 운영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즉 시설 자금은 대규모 공설 증설이나 토지, 건물 구입이 아닌 업무를 위한 주요 장비 구입에 포인트가 맞춰있다. 운영자금은 전체의 절반가량인 75억원이 임상실험 비용으로 쓸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음을 추론할 수 있다. 올 상반기말 애니젠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5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사업 경비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애니젠의 현주소다. 고금리로 인해 바이오 산업에 자금이 막힌 외부 요인도 돈가뭄의 원인이지만, 애니젠은 상장 당시의 계획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점도 한 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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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목표 아직도 달성 못해
애니젠의 상장 당시 계획과 실제 성적표에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다. 애니젠이 캐시카우라고 공시한 펩타이드 소재 부문을 보면 2016년 말 당시 애니젠은 의약용 펩타이드의 경우 상장 2년 이내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당시 예상 매출액의 1/3도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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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부가가치인 의약용 펩타이드 소재의 부진이 뼈아프다. 전립선암 치료제인 루프로렐린은 2018년 60억원의 매출이 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 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형 당뇨병 치료제인 엑세나타이드와 신경병증 치료제 지코노타이드는 상장 후 7년이 지난 지금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애니젠 측은 빠르면 2년 뒤에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의료용 펩타이드 소재 중 가장 실적이 좋은 1형 당뇨병 치료제인 데스모프레신도 수출 측면에서 본다면 상당히 부실하다. 애니젠은 인도·미국·이란·대만·중국 등의 국가에 품목 등록 및 승인을 받고 수출을 계획했다. 하지만 첫 단추도 꿰지 못했다. 수출을 하겠다고 했으나 5년이 지나고도 대만과 중국을 제외하면 시작도 못한 셈이다.
신약 개발 부문도 마찬가지다. 당시 애니젠은 "국내외 제약회사와 기술이전을 추진 중에 있으며 전임상시험 종료 후 임상 1상 진입시점에서 기술이전을 통한 선급기술료 확보와 임상 공동 개발을 통한 마일스톤 (Milestone)에 따른 기술료 수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5년 전 예상을 달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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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뿐만 아니라 임상의 진행도 마찬가지다. 5년 전 예상한 임상 진행 단계를 아직도 달성하지 못했다.
◇ 소액주주 경영권 분쟁… 기술 특례 상장 부작용
기술 진척이 미미하면 바이오 기업임에도 일반기업처럼 실적과 재무상태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애니젠은 3년 이상 영업손실을 낸 좀비기업이다. 2017년 이후 영업이익은 없다. 올해 같은 경우는 영업손실이 26.2억원으로 매출액 34.8억원과 대동소이 하다. 매출액 역시 22년 15.6%, 23년 41.6%씩 뒷걸음질 치고 있다.
실사를 한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벤처캐피털의 국내 바이오 분야 투자 금액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하고 바이오 시장에 대한 투자가 위축됐다"면서 "이러한 영향으로 지난해와 올해 애니젠이 음(-)의 매출액 성장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애니젠 측은 적극적인 행보를 가져가지 않았고 이는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졌다. 올해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소액주주는 △신약개발과 관련된 진행상황, 전망, 구체적 계획, 자금조달 방안 등을 주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홍보성 자료도 배포하지 않은 점 △2022년 말 62억원의 당기순손실 발생과 기 발행한 전환사채에 대한 상환 계획은 공개된 바 없어 신약 개발을 위한 개발비용이 있는지 의문 △2021년 11월 진행된 IR에서 확약한 매출계획 중 지켜진 것이 없는 것을 들어 임시 주주총회를 신청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기술특례상장 도입 당시 제기된 부작용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나스닥처럼 기회는 주돼 상장 요건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지난해 말 나스닥 상장 1호 K-바이오 기업으로 화려하게 나스닥 시장에 입성한 피에이치파마(이하 pH파마)가 4개월 만에 상장폐지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은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기에 좀비기업 양산이란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가술특례상장으로 상장한 이후 도태되는 회사를 상장폐지 시키는 규정을 제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