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 가결 찍고 구속 기각 탄원서에 사인? 민주 '압력·모순' 난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25 18:10
이재명, 단식 투쟁 15일 차

▲지난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습.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극심한 내분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가결파’에 대한 징계를 벼르는 가운데, 당 의원 대다수가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대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달된 탄원서에는 민주당 국회의원 168명 가운데 161명이 참여했다.

또 정세균·문희상·임채정·김원기 등 전직 국회의장 4명과 민주당 당직자 175명, 보좌진 428명, 당 취합 온라인 44만 5677명, 시·도당별 취합 6만 5985명, 더민주혁신회의 서명운동 참여 38만 1675명 등 사실상 세력 전체가 이름을 올렸다.

탄원서에는 "피의자는 한시도 당 대표로서의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우리 민주당의 정상적이고 원활한 정당 활동을 위해 대표의 업무지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적혔다.

이어 "현재 민주당에는 민생현안 등 이재명 대표의 지휘 아래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안건들이 산적해 있다"라며 "국민들이 입게 될 피해를 고려해서라도 제1야당 대표가 구속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40여명에 이르는 반(反) 부결파 의원들 대다수가 이런 내용의 탄원서에 서명을 한 다소 모순적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는 살인예고까지 나오는 강성 지지자들의 분노와 징계를 벼르는 친명계의 ‘칼날’에 자세를 낮춘 행보로 풀이된다. 자칫 가결파로 지목됐다가는 차기 총선 공천은커녕 당장 징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그동안 발언, 그리고 당에 해를 끼치는 행위, 이런 여러 가지에 대해서 절차를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징계를 예고했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에서 "공개적으로 가결 투표를 했다고 밝힌 의원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를 마친 후 체포안 가결표에 "국회의원 권한을 갖고 한 행위라도 해당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비명계 일각에서는 이런 기류에도 ‘소신 발언’이 이어진다.

김종민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가결파 색출 관련 질문에 "자신과 다른 주장은 진압하고 타도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탈선하는 것"이라며 "독재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반국가세력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며 "민주당도 하는 게 비슷하다. 윤석열(정권)도 전체주의, 민주당도 전체주의, 그러니까 국민들이 마음 둘 곳이 없는 국민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조응천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가결 표를) 해당 행위라고 자꾸 말씀하시는데 나는 적반하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당 대표가 교섭단체 6월에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분명히 천명했다"며 "방탄 프레임을 깨고 우리 당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기 위한 정치적 행동을 해당 행위라고 하는 것은 진짜 적반하장"이라고 지적했다.

송갑석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당 의원들은 가결이냐, 부결이냐를 고백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면서 "나는 자기 증명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비루하고 야만적인 고백과 심판은 그나마 국민들에게 한 줌의 종자처럼 남아있는 우리 당에 대한 기대와 믿음마저 날려버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명계로 꼽히는 송 의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지명직 최고위원직 사의를 표했고, 이 대표는 사의를 수용한 바 있다.

국민의힘 역시 비명계에 대한 친명계 공격을 꼬집으면서 탄원서 서명이 사실상 ‘강요’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당 조직을 총동원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 제출을 강요하고, 구속에 대비한 석방 요구 결의안 이야기도 회자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이재명 대표의 방탄당으로 전락시킨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의원들이 자리를 보전한 채 더욱 핏대를 세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배신, 가결 표 색출, 피의 복수 같은 소름 끼치는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살인 암시 글까지 등장한 한편, 소속 의원들이 비밀투표 원칙을 어기고 부결 인증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 내 가결파 징계 움직임에 "민주적 과정으로 결정된 사안에 대해 공산당에서나 볼 법한 전체주의식 보복을 하는 것은 21세기 민주주의에서는 생각조차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강대식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마녀사냥식 가결표 색출 행태를 보면 파시즘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21세기에, 그것도 ‘민주주의’를 간판에 건 제1야당에서 ‘답하지 않으면 배신자로 낙인찍겠다’는 협박이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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