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결→구속→분당? 이재명 ‘박근혜의 길’ 오늘이 기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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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 여부가 이르면 26일 밤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민주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안팎 보수 정당과 같은 길을 걷게 될 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10시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이 대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연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2017년 2월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공모해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준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게 1356원 수익을 올리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다.

이 대표는 또 경기도지사였던 2019∼2020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자신의 방북비용 등 800만달러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접촉,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유리한 내용의 허위 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다.

단식을 마치고 회복 중인 이 대표는 여러모로 지난 2016년 말~2017년 초 박 전 대통령과 유사한 국면에 처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영장 심사를 받는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부터 박 전 대통령 명운이 갈렸던 곳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 받던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0일 이 법정에서 약 9시간에 걸친 영장 심사를 받았다. 당시 법원은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이 인정된다"며 다음날 새벽 3시께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그는 이때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으러 법원에 출석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 구속 심사에 출석하는 것도 헌정사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제1야당 대표 구속 역시 헌정사 최초가 될 예정이다.

이들이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 자당 의원들에 의해 결정됐다는 점도 같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모두 비박, 비명 등 당내 비주류 반대파들이 상대 진영에 협조하면서 성립할 수 있었다.

또 민주당에서 체포안 가결파 색출 목소리가 나오는 것 역시 보수당에서 탄핵 가결파 비토 심리가 거셌던 것과 흡사하다.

탄핵과 구속 전후로 한 당내 사정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 구속 심사가 진행되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원내대표 선거는 김민석·홍익표·남인순(기호순) 의원 간 3파전으로 치러지는 데, 모두 친명계로 분류된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국면에서 박광온 전 원내대표가 비명계 표 단속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만큼,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비명계는 아예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 대표 위기 가운데 친명계 원내대표 선출은 이른바 ‘진짜 친박’(진박)으로 불렸던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로 선출됐던 것과도 유사하다.

2016년 12월 정 부의장은 당시 비박계로 분류되던 나경원 전 의원을 꺾고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이후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뒤에도 쭉 원내대표를 맡았고, 탄핵 직후인 2017년 4월에는 당 비대위 좌초로 당 대표 권한대행도 역임했다.

이밖에 비명계 이상민 의원 등이 분당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만큼, 박 전 대통령 탄핵 뒤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분당 사태가 이 대표 구속 여부에 따라 민주당에서도 반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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