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세력의 진화, 장외시장] 주가조작 일인자가 K-OTC 이용한 이유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26 13:37

③K-OTC↔코스닥 종횡무진



코스닥 OQP 상폐 피해 K-OTC 두올물산으로 이사



다시 코스닥으로 우회상장…7239억원 부당이득



"주가조작 일인자 떠난 작전주에 세력들 나눠먹기" 경고



장외시장에서 시세조종을 통해 수천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일당이 기소됐다. 이들은 앞서 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즈)와 OQP(현 휴림에이텍)의 주가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회계사 출신 이준민과 그 동료들이다. 이번 혐의는 앞서 기소한 사건과 별도가 아니라 전부 연결된 ‘작전’이다. 에너지경제는 장외시장까지 이용한 ‘주가조작 일인자’의 수법을 자세하게 들여다보았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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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민 일당이 작전에 활용해 논란 중인 카나리아바이오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검찰로 부터 ‘주가조작 일인자’라는 평가를 받은 전직 회계사 이준민 씨가 K-OTC 등록법인 두올물산(현 카나리아바이오엠)에까지 손을 댄 이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씨는 주가조작을 위한 ‘펄’로 활용하던 상장사가 상장폐지 위기에 빠지자 K-OTC를 이용해 다시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하는 ‘마법’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금융감독원 등은 작전이 펼쳐지는 정황을 보면서도 막아내지 못했다. 검찰이 이 씨를 구속하면서 작전은 일단 멈춤 상태지만 그가 남긴 파장은 여전히 증권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OTC 등록법인 카나리아바이오엠은 등록 2년만에 등록해제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잇따른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누적횟수가 5회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 번만 더 공시를 번복하면 K-OTC 등록이 해제된다.

공시 번복은 타법인주식 취득 일정을 연기하거나 감사보고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해 발생했다. 타법인 주식 취득은 코스닥 상장사인 리더스 기술투자와 세종메디칼의 지분 취득을 계획대로 하지 못해 발생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코스닥 상장사의 지분을 취득하고 관리한 이유는 이 회사가 이준민 세력에 의해 작전주들의 지주사격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 상장폐지 피해 코스닥→K-OTC


코스닥 상장사보다 체급이 낮은 K-OTC 등록업체가 상장법인의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된 배경에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의 모회사였던 코스닥 상장사 OQP의 상장폐지 위기와 관련이 있다.

2021년 OQP가 감사보고서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자 이 씨는 OQP의 제조관리 사업부분을 인적분할해 두올물산홀딩스를 설립하고 생명공학사업부를 분할해 OQP바이오를 설립한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에게 분할신설회사의 지분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OQP를 10% 가진 주주라면 두올물산홀딩스와 OQP의 주식도 10%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OQP는 보유하고 있던 카나리아바이오엠(당시 두올물산)의 지분을 6월 에어라이브테크놀로지와 안트레에 매각해 청산하면서 두 회사는 개별회사가 됐었다.

이후 두올물산홀딩스가 에어라이브와 안트레로부터 인수했던 교환사채청구권을 행사해 카나리아바이오엠의 대주주(84.27%)가 된다. 이때 카나리아바이오엠은 K-OTC에 두올물산이라는 이름으로 등록해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어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자회사를 통해 관계사 OQP바이오가 가지고 있는 바이오 관련 자산 지식재산권(IP)을 포괄적으로 이전 받는다. 결국 OQP의 영위사업이 대부분 K-OTC 등록업체 카나리아바이오엠으로 옮겨오고 기존 OQP 주주들도 회사의 분할과 합병에 따라 K-OTC 등록업체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주주가 된다.

이런 복잡한 딜을 수행한 이유는 OQP가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이라는 ‘펄’을 활용하던 ‘셸’이기 때문이다. 펄(Pearl)과 쉘(Shell)은 주식시장의 작전세력이 사용하는 은어다. ‘펄’은 주가 부양을 위한 재료, ‘셸’은 주가조작의 대상 회사를 말한다. 진주를 품은 조개에 빗댄 말이다.

작전이 진행되던 중 OQP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자 작전을 이어가기 위해 일반 주주들을 K-OTC로 이사시키고,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주가는 크게 띄우면서 주주를 달래는 동시에 부당이득을 챙긴 일석이조의 작전을 펼친 것이다.


◇ 더 큰판 위해 코스닥 우회상장

이 씨의 작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K-OTC의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다시 코스닥 시장으로 무대를 옮겨야 했다.

이때 활용된 것이 카나리아바이오(당시 현대사료)다. 두올무산은 지난해 4월 코스닥 상장사 현대사료를 인수해 대주주가 된다. 현대사료는 당시 소유주 2세에게 증여를 추진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료주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증여세 부담에 이를 포기하고 회사를 두올물산에 넘겼다. 두올물산 측의 인수 자금은 전환사채를 발행해 충당했다.

이후 오레고보맙에 대한 무형자산을 ‘엠에이치씨앤씨’라는 페이퍼컴퍼니로 옮긴다. 이어 현대사료가 엠에이치씨앤씨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결과적으로 코스닥 상장사 OQP가 상폐 위기에 몰리자 주주와 자산을 K-OTC 등록법인 두올물산으로 옮기고, 이후 ‘펄’이 되는 자산만 다시 코스닥 상장사 현대사료에 넘겨주면서 우회상장을 완료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OQP의 주주들은 희생되고 이 씨 일당은 큰돈을 챙기는 작전이 실행된 것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 이 씨 일당은 OQP에서 오레고보맙의 가치를 부풀려 주가를 조작해 9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고, 이후 두올물산에서 통정매래로 주가를 부풀려 714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지금까지 기소된 부당이득 규모만 이미 7239억원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제 이 씨 일당이 현대사료를 인수한 뒤 벌인 주가조작 여부를 조사 중으로 전해졌다. 관련해 기소까지 이어질 경우 부당이득 규모는 조단위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이 씨 등은 OQP의 주가조작으로 구속된 뒤 재판을 받던 중 두올물산의 주가조작으로 추가기소된 상태다. 관련 사건은 이 씨가 쌍용차 인수전을 활용해 벌인 또 다른 주가조작 사건과도 얽혀있어 재판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한편 이 씨의 구속 수감 이후 관련 주식들의 주가는 크게 내려가고 있어 피해규모는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휴림에이텍(옛 OQP)의 주가는 3년 전 1주당 3000원이 넘었지만 현재 500원대로 폭락했다. 카나리아바이오(옛 현대사료)는 이 씨 일당이 인수에 나설 당시 1만원(액면분할 적용)이 넘기도 했지만 현대 4000원대로 폭락했다.

카나리아바이오를 이용해 지분을 인수했던 세종메디칼도 1년 전 4000원대 주가에서 현재 1000원선에서 턱걸이 중이며, 역시 지분을 인수한 헬릭스미스도 1만2000원대던 주가가 4000원까지 폭락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씨의 구속 이후 카나리아바이오 그룹 상장사들을 둘러싸고 치열한 세력간의 나눠먹기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한번 작전세력이 손을 대 망가진 기업은 지분과 사업이 정상화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해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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