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배출권 대란 초읽기③] "무리한 단일BM 도입 대신 새로운 석탄발전·탄소배출 로드맵 만들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15 11:08

전문가들 "석탄·LNG에 단일BM 적용, 굳이 서두를 필요 있는지 의문"



"석탄발전 손실만 강요하는 단일BM은 탄소배출 저감도 안되고 전력시장 안정성만 저해, 현재 상황 고려해 계획 다시 수립해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로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 조만간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는 여전히 심각하고 전기요금 인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단일BM까지 도입되면 전력시장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발전단가가 가장 저렴하고 탄소배출도 없는 원자력발전을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확대하기 위한 CF(Carbon Free)연합을 출범시켰다.

다만 당장의 원전 확대는 어렵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정부가 원전 확대 캠페인에만 모든 관심을 집중하느라 여전히 가장 많은 발전비중을 담당하고 있는 석탄발전 활용과 퇴출방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석탄발전을 퇴출하려면 손실을 강요하는 단일BM이 아닌 합당한 지원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편집자 주]

clip20231015143305

▲포스코 포항제철소.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인 한국 제철산업의 배출권거래제(ETS)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3년 전 합의한 ‘단일BM’을 현 상황에 맞게 수정하지 않고 내년부터 적용할 경우 전력수급 안정을 크게 해치는 것은 물론 산업계에도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두 부처는 지난 2020년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석탄발전-액화천연가스발전(LNG)에 동일한 배출효율 기준(BM·Benchmark)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해당 시기에는 에너지위기, 한국전력의 적자가 본격화 되기 전이었고 전기요금 인상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현재 시점에 맞게 다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에너지업계의 중론이다.

배출권 정책수립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당시 정부는 석탄과 LNG에 단일BM을 적용하면 전력 생산에 필요한 투입 에너지 양, 오염물질 및 온실 가스 배출량과 관련된 정보 등 두 연료의 경제적·환경적 비용을 분석하고 비교해 평가할 수 있으며, 이는 환경 정책 및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에너지 수급과 안보 상황을 고려해보면 수년전에 산정한 수치를 근거로 한 제도를 굳이 지금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평가 방식에 한계도 많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지금 배출권 비용과 전기요금을 둘러싼 환경은 이 계획을 수립할 당시와 완전히 다르다. 내년 3월까지도 여전히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clip20231014165224

▲두바이유 가격 추이. 10월 들어 배럴당 90달러 이상을 넘나들고 있따. 2020년 초 배럴당 20달러에 비해 4배 이상 올랐다. 출처=인베스팅닷컴.


실제 올해 10월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90달러 대를 웃돌고 있다. 2020년 21달러 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전쟁 등 불확실성 확대로 내년에는 100달러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기요금 또한 지난해부터 1년 사이에만 40% 가까이 올랐다.

전문가들이 내년 단일BM 적용에 따른 석탄발전의 배출권 비용 부담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을 우려하는 이유다.


◇"3년 전 수립한 계획, 에너지위기 본격화된 지금과 맞지 않아"

앞서 설명했듯 산업부와 환경부는 2020년 2024년부터 단일BM방식을 도입하기로 협의했다. 그동안 배출권 거래제가 실효성이 없었다고 판단, 현재 LNG발전보다 비용이 크게 낮은 석탄발전의 비용을 대폭 올려 발전량과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현재는 연료별 특성을 고려해 연료별로 차별된 평균값인 석탄 0.89, LNG 0.39를 적용하고 있다. 단일BM방식은 연료와 관계없이 석탄과 LNG에 단일한 BM(0.682)을 적용해 석탄발전과 LNG 발전순위를 역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불안정한 글로벌 에너지위기 상황으로 이 제도가 도입 취지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단일BM 적용으로 기대한 석탄 및 LNG의 비용 역전이 발생하려면 현재 1만원대인 배출권 가격이 10배 이상 올라 20만원에 육박해야 한다. 그러면 배출권 비용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석탄발전사는 대규모 적자로 전환돼 신규 투자는커녕 전기를 제대로 공급하기 어려워진다.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clip20231015102752

▲단일 BM 개념도. 이장섭 의원실


이어 "산업계도 피해를 본다. 특히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가 각각 세계 4위, 5위, 6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석유화학산업, 정유산업, 철강산업은 수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며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줄이지 못하면서 각종 비용 상승 대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정부는 통합 BM 방식 대신에 현행 연료별 BM 방식을 유지하면서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를 줄일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도화·법제화해야 한다"며 "아울러 마련된 방안을 가지고 관련 부처 협의, 배출권할당위원회 심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심의,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내년에 벌어질 대란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이 계획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장섭 의원은 지난 2020년 국정감사에서 "단일BM방식을 적용하게 되면 유가 상승시 석탄에 높은 수준의 배출권 비용을 부과하게 된다"며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밝힌 2017년 대비 2030년 전기요금 인상요인 10.9%를 초과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시 이 의원의 우려대로 전기요금 인상 폭은 전망치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오는 19일 한전과 발전공기업 국정감사나 26일 산업부 종합감사에서도 이같은 문제제기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엽적 단일BM 아닌 거시적인 탄소저감·에너지믹스 계획 마련해야"

업계에서는 탄소배출 저감 명목으로 손실 강요하는 단일BM을 무리하게 적용하기 보다는 에너지안보를 고려한 장기적인 석탄발전 활용, 감축 계획 등 에너지믹스를 포함한 로드맵 개념의 거시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단일 BM이나 석탄발전 상한 제약을 하는 것과 대비해 탄소배출 감소의 편익이 얼마나 되는지는 비교가 사실상 어렵다"며 "정책 당국이 시뮬레이션 한 수치를 공개하면 아무도 반박을 못할텐데 통합BM을 도입하면 석탄발전의 부담이 커져 발전량이 일부 줄어들고 LNG의 배출권 부담 감소로 SMP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국제유가, LNG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또 전체 단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율 대비 탄소배출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렇게 크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배출 감축 때문에 정 석탄발전을 퇴출해야 한다면 단일BM으로 무작정 부담만 지울게 아니라 지원방안을 포함한 큰 틀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배출권 부담만으로 석탄 발전을 퇴출시키기는 힘들다. 좌초자산 보상, 전력수급 불안정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한 로드맵부터 입법까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단일BM 적용은 석탄발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타격을 받는 다른 산업분야에 대한 지원도 같이 고민해야 하지만 이런 부분은 빠져있다"며 "오로지 탄소 감축만을 위한 제도인데 발전소가 문을 닫지 않는 이상 발전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탄소 감축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지금 같은 유가 상승기조가 유지되면 배출권 가격도 엄청 오를 것이기 때문에 배출권 거래제만으로 탄소배출 저감을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내용연수가 남은 석탄을 퇴출하려면 당연히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에 새로 지어진 발전소들은 당장 퇴출시킬 이유도 명분도 없다"며 "온실가스 배출 때문에 석탄발전을 줄이고 싶다면 기후환경요금을 더욱 부과하던지, 합당한 비용을 주고 빼야 되는데 지금의 정책은 도리어 사업자보도 돈을 더 내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합리적인 메커니즘이 필요한데 그런 논의는 없이 단일BM 한번 견뎌봐라. 못 버티면 포기하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LNG나 원전으로 전환을 시키겠다는 관점도 마찬가지다. 합당한 비용지원과 인력전환 방안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당분간 탄소감축을 위해 발전량을 줄이고 그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체계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도 "단일 BM방식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 탄소중립 논의가 우선순위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산업부가 시급히 제도마련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부 측은 "배출권 거래시장을 운영하는 환경부와 발전시장을 운영하는 산업부가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방법론에 대해 3개월 동안 치열하게 토론해서 의견 접점을 도출한 것이 환경부와 협의한 대안"이라며 "잘 준비해서 기대했던 효과가 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jjs@ekn.kr

전지성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