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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연합뉴스 |
특히 비윤 진영 핵심 축인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는 17일 나란히 한나라당 대표 시절 홍준표 대구시장 사례를 거론, 사실상 김기현 지도부 해체를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예측컨대 12월 정기국회 끝나고 본격적으로 총선 3~4개월 앞둔 시점이 되면 ‘김기현 체제로 총선 치를 수 있느냐’ 이 문제가 또 나온다"며 "2011년에 박근혜 비대위원장 들어설 때 제가 최고위원을 그냥 던져버리고 같은 날 남경필, 원희룡 전부 다 최고위원 던져버리고 홍준표 대표 체제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게 박근혜 비대위가 들어서게 된 계기고 그게 총선을 이기게 된 계기"라며 "지금 상황이 그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바뀔 때는 바뀌어야지 그게 김기현 대표 본인한테도 좋은데 왜 저렇게 미련하게 저 자리에 앉아 있을까"라며 "대통령이 물러나지 못하게 하는 거 아닌가"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12월까지 저는 당의 변화 쇄신을 위해서 제 역할 목소리를 다 낼 것"이라며 "12월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신당을 한다는 것은 늘 열려 있는 선택지고 최후의 수단"이라고 압박했다.
올 연말까지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에 변함이 없다면 재차 탈당한 뒤 신당 창당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로 이날 페이스북에 ‘영남 중진 차출론’을 반대한 홍준표 시장 글을 띄우며 과거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2012년 불가능해 보였던 총선 승리와 대선승리는 홍준표 대표의 결단, 이명박 대통령이 열어준 공간, 박근혜 대통령의 중도화 전략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누락되면 이길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2012년 말에 가서 한분은 경남지사, 한분은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전직 대통령, 한분은 대통령이 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를 이명박 전 대통령과 홍준표 당시 대표에 비유, 중도층에 강점이 있는 인물에 전권을 위임하라는 주장으로 보인다.
그는 이에 앞서 오전 SBS 라디오에서도 "(김기현 대표 체제 유지는) 길어야 2주 본다"며 "이번 주부터 20%대 대통령 지지율이 나오는 조사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자신의 탈당 뒤 창당 가능성에도 "해석은 자유"라며 유 전 의원처럼 여지를 열어뒀다.
이날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가 거론한 홍 시장 사례는 국민의힘 전신이었던 한나라당에서 지난 2011년 말 대표였던 홍 시장이 조기 퇴진한 것을 말한다.
당시 홍 시장은 이후 공천 신청을 하지 않고 불출마를 포함해 자신의 거취를 당에 일임했다.
이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는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이듬해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홍 시장은 총선에서는 서울 동대문을에 재출마했다가 낙선했지만, 같은 해 하반기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재기에 성공했다.
결국 비윤계 주장은 차기 총선·대선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았던 친이·친박 연합 사례처럼 친윤·비윤 간 접점을 찾자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시 상황과 현재 사이에는 차이점도 적지 않다.
우선 지난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모두 같은 해에 있어 보수 진영에 두 선거 모두 질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불러왔다.
그러나 현재는 아직 윤 대통령 임기 중반부인데다가, 여당 의석 수 대부분이 텃밭인 영남권에 모여 있다. 본선 보다 공천 여부가 연임에 더욱 중요한 현직 의원들로서는 비윤계 주장에 호응해 주류에 반기 들 이유가 없는 셈이다.
또 당시는 차기 대선 ‘박근혜 대세론’이 공고했던 반면, 지금은 현 정부 인사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힌다. 다른 대권주자급인 안철수 의원도 최근 이 전 대표 제명을 추진하는 등 감정의 골이 깊은 상태다.
지도부 구성 역시 당시에는 유 전 의원과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다양성이 비교적 넓었다. 이들이 일거에 모두 사퇴한 장면은 홍준표 체제 마침표로도 꼽혔다.
그러나 비윤계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전원 지도부 입성에 실패하는 등 ‘당심’ 취약성을 고스란히 노출한 바 있다. 반대로 친윤계는 역대 보수여당 지도부 가운데서도 손꼽힐 정도로 공고한 구조를 형성, 내분 가능성은 적은 상황이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