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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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누적 기준 2위 투자국인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불안정은 곧바로 한국 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해외에서의 우려와 달리 중국 정부는 부동산이나 지방정부 부채, 그림자금융 등을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불안 요인으로 보고 있지 않다.
그러면 중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무엇을 가장 위협적인 요인으로 간주할까. 물론 대외적으로 미중 패권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는 중국 경제성장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반도체 통제보다 더 위협적인 것은 중국의 출산율 저하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신생아 수는 2016년 1786만명이었으나 2021년엔 1062만명으로 줄었다. 불과 5년 사이에 신생아 수가 724만명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가임여성 한 명당 평균 출산자 수는 1.09명으로 일본(1.26명)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정부는 저출산의 원인을 폭등한 부동산 가격과 양육비 부담으로 간주하였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청년층의 혼인율을 급격히 떨어뜨렸고, 양육비 부담은 결혼 후에도 자녀 출산을 어렵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폭리를 취하던 부동산개발회사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헝다,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개발회사가 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소폭의 금리 인하, 지준율 인하 등 급한 불을 끄는 수준에서 부동산 시장에 개입할 뿐 대대적인 부양책을 쓰지 않았다. 과도한 부동산 부양책은 결국 주택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혼인율을 떨어뜨리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가구당 세 자녀 허용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부담은 중국의 출산율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있다. 유치원비 부담부터 초등, 중등, 고등학교까지 사교육비 부담이 매우 크다. 대체로 부부가 맞벌이하지만 한 사람의 수입은 자녀 양육비로 투입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양육비를 낮추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결국 사교육 금지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출산율이 급락하던 일본은 사교육을 금지하면서 출산율이 다소 회복하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사교육 금지가 오히려 양육비 부담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학원 대신 과외로 몰리면서 사교육비 부담은 대폭 상승했다. 1대1 과외의 경우 시간당 300위안(약 5만5000원) 정도로 한국 과외비의 2배나 된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1/3 수준임을 감안하면 그 부담은 세 배에 달한다.
최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가 강화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자체 반도체 칩과 장비 개발도 빨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통제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미국의 대중국 통제가 다소 중국을 약화하더라도 결정적으로 약화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중국이 급락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은 스스로 저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중국이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에 빠질 정도로 성장률이 낮지는 않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는 장기적으로 중국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협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한 후 다시 미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