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증권사 "키움증권 신뢰도 근본적 의심" 한 목소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23 16:26

'영풍제지 직격탄' 키움, CFD 이어 2번째

키움

▲키움증권.



[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18년 연속 국내 주식 위탁매매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 브랜드가 흔들리고 있다. 라덕연 사태가 터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 사태까지 나오면서 그간 쌓아 올린 키움증권의 신뢰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자본시장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23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영풍제지 주가 하한가 사태가 키움증권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금번 사태가 일회성 손실에 그친다면 미수금 미회수에 따른 손실규모가 회사의 재무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면서도 "CFD 사태에 이어 위탁매매 관련 대규모 비경상비용이 발생한 것이 올해 들어 2번째이며, 타 증권사는 선제적으로 증거금률을 인상한 점과 대비해 회사 리스크관리 역량 및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용평가사뿐만 아니라 증권사에서도 유사한 의견을 냈다. 이날 삼성증권은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 사태에 대해 "4월 CFD(차액결제거래) 사태 이후 신용거래 관련 리스크 관리 강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 사태로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에 대한 근본적인 시장 의구심이 발생 가능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8일 영풍제지는 전일 대비 전일 대비 30% 하락하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전날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영풍제지 관련 주가조작 일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에 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보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10월 19일부터 해제 필요시까지 해당 종목의 매매거래를 정지했다.

키움증권은 20일 장 종료 이후 공시를 통해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고(T일), 2영업일 뒤인 실제결제일(T+2일) 안에 결제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 거래다.

관련 미수금의 회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규희 나신평 연구원은 "미수금 규모가 1.6조원인 영풍제지 시가총액의 30% 이상인 점과 반대매매 투자심리 저하 등으로 대규모 매도물량 출회가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거래재개 후 주가 하락에 따라 미수금의 상당 부분이 확정손실로 남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증권사와 달리 키움증권에서만 미수금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배경은 증거금률에 있다. 키움증권은 거래정지 직전까지 영풍제지의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40%로 설정했다. 이는 △미래 △한투 △NH △삼성 등 대부분 증권사들이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설정해 미수거래가 불가능하게 막아 놓은 점과 대조적이다. 타 증권사보다 키움증권의 증거금률이 낮으니 주가조작 세력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키움을 선택하게 된다.

키움증권 입장에서는 주가조작과 관련해 또 한 번 악재를 맞이했다. 올 4월 키움증권은 일명 ‘라덕연 사태’로 불리는 CFD 사태로 오너리스크가 발생한 바 있다. 검찰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주요 피의자인 라덕연의 주가조작을 알고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다우데이타 보유 지분을 처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나신평은 "향후 금융당국의 조사과정에서 회사의 리스크관리 및 내부통제시스템에 중대한 미비점이 드러나거나, 평판 저하와 함께 고객이탈 등 영업기반 훼손으로 이어져 중장기적 사업안정성이 하락했다고 판단될 경우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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