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고성 버릇 못 벗나…여야 금지 신사협정 이틀 만에 깨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26 15:20

유병호 "전현희 최초 제보 국회서 받았다"

질의에 답하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YONHAP NO-3627>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26일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 자리에서 야당 간사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도읍 국민의힘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을 문제 삼으면서 고성이 오갔고 결국 감사가 중지됐다.

여야가 지난 24일 ‘볼썽사나운 모습을 피하자’며 고성과 야유를 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은 지 불과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다.

소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이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를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확인하자는 것에 동조한 것에 대해 "박 의원의 그 발언을 참고했으면 좋겠다는 이런 정도로 해줬으면 이해하지만 위원장으로서 이렇게 말씀하는 것은(문제가 있다)"며 "위원들이 말하는 것과 위원장이 말하는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 수사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조심해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장동희 국민의힘 의원은 "소병철 간사는 위원장이 발언할 때마다 지적한다"며 "어느 상임위에서도 여야 불문하고 상임위원장에게 질의하는 경우는 없다"고 김 위원장 엄호에 나섰다.

장 의원은 "김 위원장은 여야의 이해관계를 떠난 것도 아니고 각 당의 입장을 반영하기도 하고 개인의 소신에 따라 발언할 때도 있는데 매번 지적하는 것 불편하다"며 "민주당은 여가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 사퇴하라고 까지 말하지 않았냐"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도 "오늘 민주당이 질의할 때 공수처를 참여시키자고 주장했다고 하는데 수사에 영향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수사·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질의를 하지 말자는 말을 하지 말든지…"라고 비꼬았다.

이에 소 의원은 "협의 중인 것을 공개석상에서 말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에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가면서 결국 김 위원장은 감사 중지를 선포했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여야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관련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을 두고 충돌하기도 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원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을 ‘표적 감사’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최초 제보가 "국회의 공식기구를 통해 통해서 전달됐다"며 "국회에서도 다른 곳에서 제보를 받아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 사무총장은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최초 제보는 국민의힘이라고 보도자료를 냈는데 이게 맞느냐"는 질의에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제보자 내용을 업무상 말하면 감찰을 할 수 없다"며 "감사원 자체로 감사 개시가 되는 내부 감사 절차도 있지만 외부에서 감사가 되는 경우, 언론보도를 보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 착수하기도 하고 서면 감사는 365일 하기 때문에 수사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유 사무총장은 최초 제보자가 행정고시 동기인 임현주 권익위 기조실장이냐는 질의를 부인했다. 또최초 제보 과정에 대통령실 전 비서관이 관여했다는 의혹에도 "사실 무근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임 실장이나 공수처장에 물어보라. 전 업무상 구체적으로 말하기 곤란하다"며 "최초 제보자는 국회를 통해 전달받은 거 말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이날 국감에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유 사무총장이 작성한 감사원 내부 업무 지침 자료인 1700페이지 분량의 ‘공감노트’를 입수했다며 "이 노트를 보면 유 사무총장의 왜곡된 시각과 독특한 업무 스타일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해당 노트에는 문재인 전 정부의 원전 관련 감사와 관련해 "쓰레기, 걸레" 등의 비판적인 표현이 쓰여있었고, 이외에도 국회를 비하하는 듯한 표현과 ‘신용문객잔 주방장처럼 감사하쇼 다다다다’, ‘협조하는 기자·우호적인 기자에게는 따뜻하고 우아하게 응대하라’ 등의 내용이 있다고 김 의원은 말했다.

유 사무총장은 "감사원 직원 훈련용으로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데 어떻게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한 뒤 "오해이자 곡해"라고 항변했다.

그는 "3000 페이지 분량의 자료 중 1∼2페이지 극히 일부만 발췌해 말씀하시고 나머지 (내용이) 아름다운 부분은 전혀 말하지 않아 섭섭하다"고 반박했다.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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