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칼럼] 국제사회에서 한국 녹색성장 위상 드높일 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29 08:19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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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확산의 불안감을 고조시킨 가자지구 내 알아흘리 병원 폭발이 있던 지난 17일 필자는 가자지구의 유일한 출구 접경국인 이집트에 있었다. 세계은행이 이날 카이로에서 개최한 KGID(Korea Green Innovation Days)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KGID는 세계은행내 유일한 녹색성장 신탁기금인 KGGTF(Korea Green Growth Trust Fund)의 지원을 받은 개발도상국 녹색성장 사례를 확산하기 위한 연례행사다. 올해 KGID는 아자이 방가(Ajay Banga) 신임 총재가 부임한 후 처음으로 진행한 모로코 연차총회와 연계해 개최됐다. 세계은행의 새로운 비전인 ‘To create a world free of poverty on a livable planet(살기 좋은 행성에서 가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기’ 아래 개발도상국 녹색성장을 위한 민간투자 연계가 핵심 의제였다. 세계은행 19개 사업팀과 이집트 중앙부처, 한국 16개 기관 등에서 200여명이 참석해 세계은행과 한국의 자금과 경험으로 만들어낸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성과를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리더들과 공유했다.

이-팔 전쟁의 긴장감 탓인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에너지 부문 피해 및 재건 발표에 우선 관심이 쏠렸다. 전쟁 발발 후 1년간 에너지 시설의 58%가 파괴돼 가용 에너지시설 용량이 36GW에서 14GW로 급감했고, 피해 금액은 1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이에 전기와 열 공급 재개를 위해 변압장비와 이동형 발전기 등에 5억달러 규모의 지원이 시작됐다. 그리고 향후 에너지시설 재건 때 핵심 고려사항 중 하나로 EU기준에 맞는 고효율전력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 및 재생에너지설비 등을 지원하는 녹색성장 기반의 재건을 꼽았다. 에너지 전환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은 전쟁영향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부채증가,기후피해까지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다양한 녹색성장을 시도하고 있다. 모터, 보일러, 공조시스템 등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설비별 전기소비 현황을 파악하고 설비효율 기준을 만들어 고효율설비 확산을 도모한 사례는 물론이고, ICT기술을 접목해 자원순환, 기후조기경보 및 기후정보관리(기후적응), 재생에너지 공급관리 및 전자지불시스템(에너지전환), 이모빌리티 운영체계(친환경운송)를 시도한 사례까지 다양하게 소개됐다. 이런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시도는 미래 기술에도 적용된다. 이집트 환경부장관 및 환경공단 CEO와 별도 간담회를 가졌는데, 일조량이 한국의 두 배인 이집트는 재생에너지가 원료인 그린수소를 싸게 생산해 수출하는 것을 중요한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현재 신재생발전 비중이 약 20%인데, 2035년 이를 42%로 높여 2040년에는 전세계 그린수소 중 5%를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화석연료시대 가스수출국에서, 탄소중립시대의 수소수출국으로 변모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같은 시도의 뒤에는 한국정부와 세계은행이 2011년 설립한 KGGTF의 지원이 있다. 한국은 그 동안 교통·환경·에너지·디지털·물 등 7대 분야에 걸쳐 총 217건에 1억1700만 달러 규모의 무상지원을 통해 190억 달러의 파이낸싱을 이끌어 냈고, 2024년부터는 60%를 증액할 예정이다. 돈 보다 더 주목할 것은 정책과 기술이다. 고성장 경제구조 아래서의 녹색성장 경험으로 한국의 정책(탄소가격제)과 기술(에너지효율)이 개발도상국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기조강연에서 ‘한국 녹색성장의 교훈과 기업투자 유인 방안’을 소개하면서 MENA지역에 한국의 탄소시장제도 도입과 친환경ICT기술 적용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이유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민간의 기후대응 투자를 촉진하고 기술확보와 비용절감 등 성장도 도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큰 관심을 받았다.

이집트에서 귀국 직후 국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 순방이 주요 뉴스였다. 특히 사우디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빈살만 왕세자가 윤 대통령을 태우고 직접 차를 몰아 행사장까지 가는 파격 대우를 했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다. 화석연료가 주 수입원인 국가이기에 녹색성장이 더 절실할 텐데, 마침 한국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성과를 보여주었고 녹색성장에 필요한 정책과 기술에 대한 경험까지 있으니 어쩌면 이런 대우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국제사회에서 녹색성장에 대한 한국의 높은 위상을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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