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처' 은행株 너 마저… 배당매력 보다 투심악화에 흔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30 15:54

변동성 장세 영향 KRX은행지수 최근 하락세



배당 매력 이미 주가에 반영… 방어주 매력↓



정치권 횡재세 부과 움직임까지 주가에 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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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신한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매년 하반기 배당 매력에 ‘투자자들의 피난처’로 꼽히던 은행주가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과 미국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겹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배당 매력이 큰 은행주가 일찌감치 반등했지만, 투자심리 악화 요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당분간 주가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는 이달 18일 659.05포인트까지 치솟았다가 23일부터 3%의 가까운 하락세를 보이더니, 현재 590선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한 달로 기간을 넓혀보면, 지수는 지난 9월 27일(637.27포인트) 대비 7.33%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4%)을 초과한 수준이다. 작년 같은 기간 지수는 6.5% 상승했다.

KRX은행지수는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기업은행, 카카오뱅크,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제주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 종목을 담고 있다.

KRX은행지수에 속한 종목 중 일주일 간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인 것은 KB금융이다. KB금융의 이날 종가는 5만1100원으로 23일(5만5200원) 대비 7.42% 하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KB금융 주식을 5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외국인이 은행주를 순매도한 규모(700억원) 70%에 달하는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은행주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간 은행주는 경기에 덜 민감한방어주 성격이 한데다, 높은 배당 기대감으로 투자 매력이 부각돼 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가 예상되고, 이·팔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주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은행주 주가는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경기가 회복해야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면서 "이·팔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은행주는 방어주로서의 매력이 점차 줄어들면서 투심도 위축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주의 4대 금융지주의 4분기 평균 배당수익률도 3.5%에 불과한 점도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소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하반기는 은행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이지만, 기업은행을 제외한 4대 금융지주의 4분기 평균 배당수익률은 3.5%인 점을 봐야한다"며 "미국 국채금리의 연이은 고점 갱신으로 국내 국채금리도 3년물 이상이 4%대를 기록 중인데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은행주에 긍정적이나 현재는 마진 개선에 대한 기대보다 신용위험 우려가 큰 시기이므로 금리 상승은 건전성 악화 국면을 장기화하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은행권에 대한 횡재세 부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눈치보기 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횡재세는 특별대손준비금 도입 이슈의 연장선상으로 봐도 무관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배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투심을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내놓은 횡재세 성격의 초과이익 환수 방안은 초과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거두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준비금을 적립하는 방향이라면 순익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실제 도입여부도 미지수이기 때문에 횡재세 이슈만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필욘 없으나, 은행주 투자에 가장 큰 이유인 배당에는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투심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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