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유승민과 통했다", 이준석 "이중 플레이"…신당설 흠집내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0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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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이준석 전 대표.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 등에 거듭 화해의 손짓을 내밀고 있는 가운데,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두 사람에 대한 당내 여론이 다르다는 평가도 나오는 등, 유승민·이준석 신당론을 둘러싼 계산이 치열한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날 회동을 가진 유 전 의원과 관련, "개인적으로 만나보니까 존경이 간다"며 "그분이 다른 이견과 의견 가진 사람들하고 내통하는 게 전혀 없다. 그분 순수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인 위원장은 유 전 의원이 회동에서 내놓은 의견을 대통령실에도 전달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굉장히 통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 전 의원을 혁신위로 영입할 생각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도 "그분이 그(혁신위원) 위의 격"이라며 "그분하고 가까이 지낸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은 맞지만 제가 위에 올라가서 강요해서 들어와라, 좀 모양새가 안 맞는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대사면에 대한 홍준표 대구시장 측 반발에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사면 용어가 적절치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어 "당 최고위에서 지금 내린 조치들을 취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인 위원장은 또 자신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는 이 전 대표에 "제 주장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조언을 받고 싶다"며 "이 당을 만드는 데 공이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거 때도 잘 도와주셨는데 앞으로 좀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방송에 뒤이어 출연한 이 전 대표는 이런 화해 손짓을 뿌리치며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이준석 때문에 선거 때 ‘크게 질 것을 작게 이겼다’ 또는 ‘질 뻔했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게 대통령과 지금 대표의 공식적인 입장인데 혁신위원장이 개인 자격으로 무슨 말을 하든 무엇이 의미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제 유승민 전 의원이 그분을 만났다 한들 내일부터 국민의힘에서 유승민 욕 안 하는가"라며 "이중 플레이를 하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 전 대표는 당과 자신의 갈등을 교통사고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과실이 0 대 100이면 그에 합당하게 이야기를 해야 되는 것"이라며 "1년 반 린치 한 다음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보고 죽겠구나 싶으니까 ‘100만 원 줄 테니까 합의해라. 안 하면 네가 속 좁은 놈’, 그리고 딴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사고 당사자도 아닌데 ‘마음이 많이 다치신 것 같다’ 이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들이 통 크게 마음먹고 살지 왜 남한테 그걸 강요하나? 이게 2차 가해지 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 제안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현 당 지도부 구성원들을 꼽기도 했다.

그는 최고위원직을 맡고 있는 조수진 의원에 "(친윤계 공격) 시작이 뭐였냐면 조수진 의원이 ‘나는 당 대표 말 듣지 않겠다’ 선언한 것이었다"며 "그럼 조수진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병민 최고위원에 "밖에 나가서 ‘이준석은 사이비 평론가’라 그러고 어제도 방송 와서 제 다음 코너였는데 제 욕하더라", 김민수 대변인에 "이준석 내쫓으면 제명하면 3~4% 정도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하고 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에 "최고위에서 ‘이준석은 반성문 쓰는 게 먼저다’라고 할 것" 등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요한 위원장 같이 개인 자격으로 다닌다고 주장하는 사람 만나가지고 무슨 대화를 한들 내일 또 그런 사람이 나오면 저는 웃음거리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 전 의원과 홍 시장 등 여타 비윤계 인사들은 혁신위에 이 전 대표와는 결이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인 위원장과의 만남 전부터 혁신위 보다는 당과 정부를 향한 비판에 치중하고 있다.

특히 의대정원 확대 등 이슈에는 지난달 16일 페이스북에서 "적극 지지한다"며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필수의료 분야와 지방의 심각한 의사 부족에 대응하고, 의사과학자 인재양성 과제까지 고려한다면 의대 정원 확대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의 당내 입지가 이 전 대표 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 사람과 바른정당 등을 함께 했던 하태경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에서 "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부분이 이준석 전 대표는 손잡고 가야 된다는 게 다수"라며 "유승민 전 의원 같은 경우는 너무 감정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대하지 않느냐 하는 불만이 강하게 있다"고 전했다.

홍 시장 역시 지난달 30일 인 위원장 발언으로 당이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는 일각 지적에 "당을 혼란스럽게 하는 게 아니라 당을 활기차게 하는 것"이라며 "우리 당이 그만큼 주목받아본 일이 있었나"라고 긍정 평가한 바 있다.

그러면서 "활기차게 당이 돌아가는 걸 혼란스럽게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 자체가 기득권 카르텔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라고 두둔했다.

또 홍 시장이 지적한 ‘사면’ 표현에 인 위원장과 혁신위가 자세를 낮춘 만큼, 향후 양측 입장차가 한층 좁혀질 것으로도 예상된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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