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파주개성인삼축제' 이유있는 변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03 02:42
파주개성인삼 채굴현장

▲파주개성인삼 채굴현장. 사진제공=파주시

[파주=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 기자] 2023년 제18회 파주개성인삼축제가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 동안 10만명 방문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축제에서 6년근 개성인삼을 비롯해 농-특산물과 지역주민 전문음식점이 거둔 판매실적은 총 11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런 판매실적을 두고 파주개성인삼축제 성패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17회 축제에서 총 17억원 인삼과 농-특산물이 거래된 점과 비교해 판매실적이 낮다는 평가가 제기되는 반면 축제에 참가한 농민들은 ‘인삼농가에 돌아간 수익은 되레 늘었다’며 성공적인 축제라고 평가한다.

판매실적이 축제 성패를 판단하는 현실에서 농민들 평가는 지역축제 본질과 의미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져준다. 특히 이런 물음은 축제 준비과정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민선8기 파주시 의도와도 맞물려 있다는 사실도 톺아볼 일이다. 올해 파주개성인삼축제가 남긴 의미와 성과를 되짚어본다.

2023년 제18회 파주개성인삼축제 개막식 현장

▲2023년 제18회 파주개성인삼축제 개막식 현장. 사진제공=파주시

2023년 제18회 파주개성인삼축제 개막식 현장

▲2023년 제18회 파주개성인삼축제 개막식 현장. 사진제공=파주시

◆ 올해부터 농협조합에서 농민이 주도하는 축제로 변화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올해 파주개성인삼축제에는 이제껏 시도된 적이 없던 획기적인 변화가 있다. 17회까지만 해도 김포파주인삼농협조합이 도맡았던 축제 운영권과 책임이 농민단체 ‘파주시인삼연구회’에 맡겨졌다.

조합이 축제 운영 전반을 담당해왔던 기존에는 축제기간 벌어들인 수익 중 2% 수수료만 농가 수익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농민단체가 축제 운영을 도맡으면서 판매수익 100%가 고스란히 인삼농가에 돌아갔다.

축제기간 인삼만 총 16톤을 판매해 7억2천만원 수익을 남긴 2022년은 1440만원 가량 판매수수료만 돌려받았지만, 올해는 8.9톤 인삼을 판매해 4억4000만원 수익이 모두 수매 주체인 파주시인삼연구회로 돌아갔다. 축제를 위한 물량을 확보하려면 수매에 앞서 인삼농가가 기존에 농협과 맺은 계약금부터 변제해야 했기에 그 비용을 모두 제하고도 5000~6000만원 가량 수익이 인삼농가 몫으로 돌아왔다.

이번 축제에 출품된 8.9톤 개성인삼이 ‘완판’된 점도 이례적인 실적이다. 올해 4월부터 18회 파주개성인삼축제 추진위원장으로서 축제 모든 과정을 챙겨왔던 전명수 파주시인삼연구회장은 "판매실적만으로 축제 성패를 논하다 보면 정작 축제 주인이 되어야 할 농민의 현실을 놓치기 십상"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인삼 경작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준 이번 축제야말로 ‘진짜 성공적인 축제’"라고 평가했다.

◆ 파주시 선택, 인삼농가 자생력 북돋는 농민축제 꿈꾸다

변화 시작은 작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선8기 파주시가 2023년도 예산편성에서 개성인삼축제에 총 4억9000만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파주시의회가 이를 2억5000만원으로 대폭 삭감하자 그동안 축제를 운영해온 조합이 난색을 표했다. 파주시는 이런 위기를 기회로 바꿔낼 묘안을 찾아냈다. 그동안 조합이 주도했던 축제를 농민이 주도하는 축제로 바꿔 인삼농가 자생력을 높이는 반전의 계기로 삼아기로 했다.

인삼을 직접 경작하는 농민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축제를 만들어 보자는 파주시 제안에 농민 호응은 뜨거웠다. 기존 축제 과정에서 조합과 계약한 생산물량을 수매하는 선에서 농민 역할이 끝났지만, 올해 축제에선 인삼 수매부터 시작해 수확과 선별, 봉함작업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농민 손을 거쳐 진행됐다.

파주시 농업기술센터 공무원도 모든 과정에 직접 입회해 품질관리 및 선별과정을 지도하고 관리하며 축제를 성공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23년 제18회 파주개성인삼축제 현장

▲2023년 제18회 파주개성인삼축제 현장. 사진제공=파주시

2023년 제18회 파주개성인삼축제 현장

▲2023년 제18회 파주개성인삼축제 현장. 사진제공=파주시

2023년 제18회 파주개성인삼축제 판매제품

▲2023년 제18회 파주개성인삼축제 판매제품. 사진제공=파주시

◆ 정확한 수요예측-엄정한 선별작업, ‘완판’ 기록 탄생

인삼 판매와 관련해선 농협과 계약에만 의존해왔던 농민이기에 축제장에 선보일 인삼물량을 정하는 일도 커다란 도전이었다. 축제현장 말고는 별도 판로가 없는 농민으로선 재고를 남기지 않아야 했기에 정확한 수요예측이 첫 번째 관건이었다.

농민은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실정을 감안해 출품 물량을 9.8톤으로 정하고 수매를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 축제장에 내보낸 물량은 이 중 1톤을 제외한 8.9톤이다. 이는 철저하고 엄격하게 선별작업을 진행한 결과다. 2006년 이래 열여덟 차례나 이어진 모든 축제를 통틀어 유일한 완판 기록이 탄생한 배경이다.

파주에서 개성인삼을 경작하는 120여 모든 농가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파주시인삼연구회 전명수 회장은 "많이 팔아 많은 수익을 내면 좋겠지만, 재고가 남아 싼값에 덤핑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경우 인삼 평판만 떨어뜨려 오히려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우리 회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 "농가 역량과 책임성 높여 개성인삼 품질 높이는 선순환 불러"

축제 주인이 바뀌자 예상 밖에 긍정적인 효과가 많이 나타났다. 겉으로 드러나는 판매실적만으로는 알 수 없던 또 다른 경제적 효과가 속출했다. 인삼 경작농가 수익증가는 물론 인삼품질에 대한 농가역량과 책임성이 높아졌다. 농민 자신감과 열의가 여느 때보다 높아진 까닭이다.

전명수 회장은 "이번 축제로 얻은 수익을 그대로 분배하는 것도 좋지만 당분간 투자하는 셈 치고 기금을 조성해 농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나가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며 열의에 찬 농민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로 20년째 인삼을 경작해 온 최창식씨도 "경험이 부족한 만큼 미숙한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 농민이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며 "파주 개성인삼 명성을 드높일 수 있도록, 앞으로 더 좋은 품질의 인삼을 생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3일 "축제 주도권을 농민에게 되돌려주자는 작은 시도가 인삼농가의 자생력 강화라는 긍정적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축제 가장 큰 수확이다. 파주시도 농민 열의를 수렴해 인삼농가 자생력을 북돋울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kkjoo0912@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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