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계열사 돈 빌리는 회사들...적자 기업 '불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07 15:38

'특수관계인 자금대여' 코스피서 올해 총 67건



외부 자금조달보다 계열사자금 차입하는 경우 많아져



자본잠식 계열사에 자금대여하기도...부실 전이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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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대기업들이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대여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금을 차입한 계열사의 적자가 지속되며 반환에 실패할 경우엔 관계사로까지 부실이 전이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중 올해 초부터 지난 6일까지 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대여 사례는 총 6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8건)을 넘어선 수준이며, 이같은 자금대여 사례 건수는 증시가 활황이었던 지난 2021년(40건) 한해 건수를 월등히 앞선 수준이다.

이는 약 2년간 이어진 금리 인상 여파에 따라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자금조달 수단이었던 회사채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발행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한 달 동안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지난해 10월(3조6871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2021년 10월(약 8조원)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경우, 시중 금리보다 낮은 이자율을 선택할 수 있어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현행 세법 상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금을 빌릴 경우, 이자율은 당좌대출이자율이나 가중평균차입이자율 중 선택할 수 있다. 이중 당좌대출이자율은 현행 연 4.6% 수준으로 시중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고를 경우 6%대 수준이지만, 결국 계열사의 금융수익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단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계열사에 대한 자금대여 증가가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자금을 빌리는 계열사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무상태가 불안할 경우, 계열사의 부실이 관계사로 전이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11월 코스피 시장 내 ‘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대여’ 공시 내역
대여인상대방금액이자율비고
한섬한섬라이프앤90억원6.229%기존 대여금 만기연장
GS리테일어바웃펫70억원4.6%운영자금 대여
한진칼칼호텔네트워크200억원6.498%운영자금 대여
출처=금융감독원

실제로 코스피 상장사 한섬은 전날 계열사 한섬라이프앤에 대여했던 사업비 90억원의 만기를 연장한다고 공시했다. 화장품 회사 한섬라이프앤은 지난 2021년 한섬에 인수된 후 고가의 브랜드를 론칭했지만 2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 올해 상반기에도 29억원의 적자를 내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그러나 대여금의 이자율이 6.229%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섬라이프앤은 사업보다 대여금의 이자로 모회사에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9월 21일에는 DL이앤씨가 계열사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에 대여한 사업비 약 150억원의 만기를 연장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는 경기도 오산시 오산세마1구역에 5361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2010년 말 설립된 프로젝트 금융투자사다. 그러나 오랜 기간 사업에 진척이 없어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로, 사실상 자금조달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DL이앤씨 덕에 낮은 금리(4.6%)로 자금을 대여할 수 있었다. 최근 신용등급 AA- 회사채 무보증 3년물의 금리는 연 4.7% 수준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기업 또는 업종에 따라 시장에 자리 잡고 수익이 날 때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어 무조건 잘못됐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계열사 부실에 의한 ‘도미노’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하기에, 현재 계열사의 재무상태와 사업 전망을 면밀히 고려해 자금대여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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