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대한민국은 의사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사 직종이 ‘신의 직업’으로 추앙받으며 의대 진학 열풍이 거세다. 고졸 수험생은 물론 재학중인 대학생들도 멀쩡한 기존 학과를 그만두고 반수,재수를 통해 의대 문을 두드리고는 게 일반화됐다. 심지어는 강남권 등 일부에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 진학에 맞춘 진학반을 운영하는 세태다.
디지털 혁명, 인공지능 등의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열쇠는 인재 양성에 있다. 중국은 연간 이공계 졸업생이 460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 한국은 10만여 명에 불과하다. 양적인 열세와 함께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질적인 문제다. 서울공대의 최고 경쟁학과가 전국 대학의 의예과, 치의예과, 한의예과, 수의학과, 약학과에 못 미친다. 서울공대보다 지방대 의대를 나와서라도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걸 선호한다.
이공계 인재를 키우기 위해 설립된 영재고 졸업생이 의대에 진학하면 각종 불이익을 주고 있지만, 의대행을 막지 못한다. 의대 선호 현상은 2023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그대로 보여준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고려대·서강대·연세대·한양대 4개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수험생 수는 73명으로 전체 모집 인원인 47명보다 많았다. 종로학원이 2023학년도 정시모집 추가 합격자 발표를 마감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모집 결과를 분석했더니 최종 1343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는 세 대학 모집 정원(4660명)의 28.8%에 달한다. 자연 계열 등록 포기자의 상당수는 의·약학 계열에도 중복으로 합격해 옮겨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신입생 3606명 중 225명이 1학기에 휴학했다. 재수해서 의약계를 지망하겠다는 의도다. 초등학교에서는 때 이른 입시 준비로 의대 입시반 광풍이 불고 있다. 의대·치대·한의대 등 의학 계열 학과 입학을 위해 초등학교 입학부터 준비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학부모들 사이에 ’영어 유치원-초등 의대 반-자사고‘는 의대 입학으로 가는 ‘로열로드’로 꼽힌다.
문제는 이공계 인재들의 이대 쏠림 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한국의 미래산업,이른바 4차 산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이러한 광풍을 잠재워야 할 정부가 나서서 기름을 붓는 격이다. 정부는 과학기술계의 카르텔 타파를 명분으로 내년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 대비 5조2000억 원이나 깎으면서, 부족한 의료인력을 확충한다며 의대 정원에 늘리기에 혈안이다. 물론 의료인력 부족 현상도 해소해야 한다. 의사 부족으로 지방 의료가 붕괴하면서 환자들은 서울로 몰리고,환자 부족으로 지방 병원 붕괴가 가속화되는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여기에 정부는 국립대 병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지방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 지방 의료를 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가 의사 인력 확충·지원이 정부 의료 개혁의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하는데 그 타당성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청주 종합병원 심장내과에서 최근 ‘심장내과 의사에게 연봉 10억 원을 주겠다’라는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속초의료원은 연봉 4억 원을 주고 응급실 의사 3명을 충원했다’라는 등의 토픽으로 등장하는 의사 구인 이슈다. 그런데 본질적인 해법을 압구정동에 성형외과가 수백 개가 밀집된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구인난의 본질이 의사의 수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극심한 편중 현상에서 기인한다.
극심한 의사 난의 화두가 ‘지방’, ‘응급’, ‘수술’ 등 이른바 의료 3D직종에 속한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 해도 3D 기피는 상존한다. 의료 3D 해소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의사 증원만이 해법이라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활용하는 해외 의료 고급 두뇌를 수입하는 대안도 있다. 의사 수를 늘리면 의료 취약지역과 취약 분야에 대한 낙수효과도 기대난망이다.
현행 의료 문제는 한국의 미래 산업의 경쟁력에 약화 문제에 비해서 작은 문제다. "의사만 늘리면 4차 산업 첨단 연구는 누가 하나?"라는 산업계의 절규에 정부는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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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
디지털 혁명, 인공지능 등의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열쇠는 인재 양성에 있다. 중국은 연간 이공계 졸업생이 460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 한국은 10만여 명에 불과하다. 양적인 열세와 함께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질적인 문제다. 서울공대의 최고 경쟁학과가 전국 대학의 의예과, 치의예과, 한의예과, 수의학과, 약학과에 못 미친다. 서울공대보다 지방대 의대를 나와서라도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걸 선호한다.
이공계 인재를 키우기 위해 설립된 영재고 졸업생이 의대에 진학하면 각종 불이익을 주고 있지만, 의대행을 막지 못한다. 의대 선호 현상은 2023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그대로 보여준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고려대·서강대·연세대·한양대 4개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수험생 수는 73명으로 전체 모집 인원인 47명보다 많았다. 종로학원이 2023학년도 정시모집 추가 합격자 발표를 마감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모집 결과를 분석했더니 최종 1343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는 세 대학 모집 정원(4660명)의 28.8%에 달한다. 자연 계열 등록 포기자의 상당수는 의·약학 계열에도 중복으로 합격해 옮겨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신입생 3606명 중 225명이 1학기에 휴학했다. 재수해서 의약계를 지망하겠다는 의도다. 초등학교에서는 때 이른 입시 준비로 의대 입시반 광풍이 불고 있다. 의대·치대·한의대 등 의학 계열 학과 입학을 위해 초등학교 입학부터 준비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학부모들 사이에 ’영어 유치원-초등 의대 반-자사고‘는 의대 입학으로 가는 ‘로열로드’로 꼽힌다.
문제는 이공계 인재들의 이대 쏠림 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한국의 미래산업,이른바 4차 산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이러한 광풍을 잠재워야 할 정부가 나서서 기름을 붓는 격이다. 정부는 과학기술계의 카르텔 타파를 명분으로 내년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 대비 5조2000억 원이나 깎으면서, 부족한 의료인력을 확충한다며 의대 정원에 늘리기에 혈안이다. 물론 의료인력 부족 현상도 해소해야 한다. 의사 부족으로 지방 의료가 붕괴하면서 환자들은 서울로 몰리고,환자 부족으로 지방 병원 붕괴가 가속화되는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여기에 정부는 국립대 병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지방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 지방 의료를 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가 의사 인력 확충·지원이 정부 의료 개혁의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하는데 그 타당성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청주 종합병원 심장내과에서 최근 ‘심장내과 의사에게 연봉 10억 원을 주겠다’라는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속초의료원은 연봉 4억 원을 주고 응급실 의사 3명을 충원했다’라는 등의 토픽으로 등장하는 의사 구인 이슈다. 그런데 본질적인 해법을 압구정동에 성형외과가 수백 개가 밀집된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구인난의 본질이 의사의 수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극심한 편중 현상에서 기인한다.
극심한 의사 난의 화두가 ‘지방’, ‘응급’, ‘수술’ 등 이른바 의료 3D직종에 속한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 해도 3D 기피는 상존한다. 의료 3D 해소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의사 증원만이 해법이라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활용하는 해외 의료 고급 두뇌를 수입하는 대안도 있다. 의사 수를 늘리면 의료 취약지역과 취약 분야에 대한 낙수효과도 기대난망이다.
현행 의료 문제는 한국의 미래 산업의 경쟁력에 약화 문제에 비해서 작은 문제다. "의사만 늘리면 4차 산업 첨단 연구는 누가 하나?"라는 산업계의 절규에 정부는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