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본사조직 20% 축소" 한전 추가 자구안 통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08 15:15

올 연말까지 ‘488명 감축’, 2026년까지 700명 추가 감축



2001년 한전 분사 이후 최대 규모



4분기 산업용 전기요금만 kWh당 10.6원 인상…1분기도 추가 인상 가능성



에너지업계 "임시방편 대신 ‘전기요금 원가주의’ 적용해야"

clip20231108151344

▲강경성(오른쪽)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세종시 산업부 기자실에서 추가 자구안과 4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4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한전의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은 8일 산업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희망퇴직과 자산매각 등 한전의 추가 자구안을 공개했다. 또한 한전 재무 위기 해소를 위해 오는 9일부터 산업용 대용량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평균 10.6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가정용과 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업계에서는 인상폭이 여전히 부족하고 자구노력도 근본해결책이 아니라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전기요금 원가주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강경성 차관은 이날 "이번 요금 조정으로 누적 적자를 모두 해소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말에 개정된 한전법 상 채권발행한도를 준수하는 선에서 이뤄졌다"며 "내년 1분기 요금 조정은 현재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사장도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하게 돼 송구스럽다"면서 "국제 에너지가격 폭등으로 시작된 한전의 재무위기는 기업으로서 버티기 어려운 재무적 한계치에 도달했다. 조기 경영정상화, 국민부담 경감을 위해 5개년 재정건전화계획 등 기존의 자구대책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한편, 금번에 추가로 발표한 특단의 자구대책도 가용한 모든 역량을 쏟아 추진하여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 한전 추가 자구안 공개 ‘본사 인력 20% 축소·희망퇴직·추가 자산매각’


dsdv.png


한전은 추가 자구안을 통해 본사 본부와 처를 20% 가량 축소하고, 사업소 및 해외지사도 일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자구책은 지난 5월 한전이 발표한 25조 7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에 이은 것으로, 추가적인 자산 매각과 본사조직 축소 등이 담겼다. 또 2직급 이상 임금인상분을 희망퇴직 위로금 재원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앞서 발표한 전력그룹 25.7조원 재정건전화계획과 더불어 복리후생 개선 등의 혁신계획 및 임금인상 반납을 포함한 추가 자구노력 등 기존 고강도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함은 물론, 벼랑 끝 경영위기 타개를 위한 특단의 자구대책을 별도로 마련해 내부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한전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한전 인재개발원 부지(64만㎡)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인재개발원은 한전 직원의 입사부터 퇴사까지 교육을 책임지는 곳으로, 한전에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자구안 발표 당시에도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 건물과 함께 인재개발원 부지 매각이 고려됐으나 최종 발표에서는 빠졌는데, 이번 추가 자구책에는 포함됐다. 한전은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이 자연녹지(99.3%)인 해당 부지의 용도변경을 추진한 뒤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부지는 연구용 원자로 해체 및 154kV의 고압 지중송전선로 이설, 대체 시설 확보 등이 선행돼야 하므로 매각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 한전은 지분 100%를 보유한 한전KDN의 지분 20%를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전KDN은 전력산업 분야의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전담하는 한전의 자회사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알짜’ 회사다. 한전KDN 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국내 증시 상장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 역시 1년 정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전이 지분 38%를 보유한 필리핀 칼라타간 태양광 사업의 지분도 전량 매각한다. 이 사업은 고정배당금이 확보돼 수익성이 양호하고 매각 제한조건이 적어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평가액은 500억원 수준이다.

자구책에는 본사 조직 20% 축소 및 인력 효율화 계획도 담겼다. 현재 ‘8본부 36처’인 본사 조직을 ‘6본부 29처’로 축소하고, 유사조직 통합, 비핵심기능 폐지 등 본사를 정예화한다. 동시에 소규모 지사를 거점 지사로 통합하고, 통합 시너지가 큰 업무는 지역본부나 거점 사업소에서 일괄 수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직 개편은 지난 2001년 한전의 분사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전 측은 설명했다. 인력 효율화를 위해서는 공공기관 혁신계획에 따른 ‘인원 488명 감축’을 올 연말까지 완료하고, 설비관리 자동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700명 수준의 운영인력을 추가 감축하기로 했다. 한편 강 차관은 "발전자회사 통폐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자구노력보다는 근본적인 전기요금 산정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2020년에 연료비연동제, 기후환경요금 등을 도입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한 결과 한전이 역대급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력시장이 유지되도록 원칙 안에서 연료비 변동분을 적절히 반영되면 되는데 항상 여론을 의식해 자구노력 등을 강조하니 요금구조와 재무구조가 갈수록 꼬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시방편이 아닌 한전과 발전사의 총괄원가와 투자비 등을 보장하는 연료비연동제 등 시장원칙을 제대로 적용하는 것만이 전력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jjs@ekn.kr
전지성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