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밑에 지하실이" 엔화 ETF 역대 최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08 16:07

원·엔 환율 860원대 진입...달러 당 '150엔' 시대



일본엔선물 ETF 수익률도 비상...6개월 수익률 -12%



빨라지는 일본 인플레이션 "BOJ 정책 수정 가능성"

엔화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최근 일본 엔화가 예상치를 벗어난 추가 약세를 보이자 엔선물 상장지수펀드(ETF)와 일본주식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수직 하락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고금리 정책 및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정책 장기화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금투업계 일각에서는 일본 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BOJ가 곧 통화정책 방향을 수정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달러·엔 환율은 150엔대에 위치하고 있다. 일본 엔화는 수년간 1달러당 110엔 내외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지난 2021년부터 상승을 시작, 작년 하반기 미국 긴축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급격히 약세를 띠었다. 올해 초에는 127.78엔을 기록한 후 6월경 140엔대에 들어섰으며, 이달 5일부터 150원대를 상회하기 시작한 것이다. 통상 100엔당 1000원대로 인식되던 원·엔 환율 역시 6월 중 900원대 초반으로 내려왔다가 이달 들어 860원대로 급락, 이날 869원대에 거래됐다.

이에 국내 유일 엔화 연계 ETF인 ‘TIGER 일본엔선물 ETF’의 수익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일본엔선물 ETF는 이날 8375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최근 6개월 새 12.44% 하락한 수치다. 연초 대비로는 9.17%가량 떨어졌으며, 엔화 가치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가 많이 몰렸던 6월 말(8800원) 대비로는 약 5% 하락한 수준이다.

TIGER 일본엔선물 ETF는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원·엔 선물에 주로 투자한다. 엔화 선물과 달리 만기가 존재하지 않고 별도의 환전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 엔화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주로 선택한다.

이같은 엔화 약세는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및 고금리 정책이 장기화되고,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진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긴축 정책에 반하는 BOJ의 양적완화 정책이 길어지고 단기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대로 유지하자 엔화 가치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일본엔선물 ETF 외 일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ETF들의 수익률도 저조하다. 지난 9월 1일 상장된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 ETF의 경우 상장일 대비 이날까지 수익률이 -1.85%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반도체 업황 반등에 따라 주목받는 일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종목의 성장성과 더불어 저평가된 엔화에 따른 환차익까지 노리고 출시된 상품인데, 대표 종목인 신에츠화학이 9월 1일부터 현재까지 4% 상승한 것과 달리 엔화 약세 때문에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올해 큰 폭으로 증가한 ‘일학개미(일본 주식 투자자)’들도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금투업계 전문가들은 곧 엔화 가치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결국 BOJ의 통화 정책에 엔화 가치의 향방이 달린 상황에서, 현재 일본 내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정책 수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도선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 ETF운용팀 매니저는 "최근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8개월 연속으로 2%를 웃도는 등 향후 YCC 정책 수정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근래 엔선물 ETF의 부진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YCC 정책 외 한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원화 강세라는 이유도 있었다"고 밝혔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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