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제품 용량 줄여 판매…꼼수 지적에 주가 악영향
코스피 상승에도 KRX필수소비재 하락…농심 11%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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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생필품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유제품 등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정부가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만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칼을 빼든 상황에서 사실상의 가격인상 효과를 본 식품업체 주가가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한국소비자원의 실태조사와 함께 범정부차원의 대처 방안까지 예고한 상황이라 식음료업계로서는 최근의 이익 반등 추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KRX300필수소비재지수는 1177.79에서 1169.05로 8.74포인트(0.74%) 하락해 KRX지수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KRX필수소비재지수도 0.6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3.3% 상승했다. 종목별로는 농심(-11.9%), 롯데칠성(-5.4%), 동원F&B(-2.0%) 등이 주가가 하락했다.
KRX필수소비재지수는 식품, 화장품, 대형 마트, 편의점 등 소비재 관련주를 포함한다. 통상적으로 필수소비재 관련주는 경기 하락 국면에서도 수요가 일정해 인플레이션 방어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슈링크플레이션 ‘꼼수’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내는 꼼수 인상 전략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회의를 열고 이달 말까지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주요 생필품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슈링크플레이션은 정직한 판매행위가 아니며 소비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관련 방안 시행을 시사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제품군은 요거트, 주스, 과자, 핫도그 등이다. 예를 들면 한 봉지에 들어가는 핫도그 개수를 5개에서 4개로 줄이거나 김 중량을 5g에서 4.5g으로 줄이는 식이다. 이밖에도 국내에서 판매 중인 A 오렌지 주스는 가격은 낮추지 않고 과즙 함량을 100%에서 80%로 줄였다. 지난해 미국에서도 화장지 제조업체인 크리넥스가 한 통에 들어가는 티슈를 65장에서 60장으로 줄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번에 정부의 대처 방안 가이드라인이 나오게 되면 식품업계 주가에는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은 제품의 양을 줄이는 식으로 고물가에 대응해왔다. 원재료 가격 인상에도 정부 압박으로 인해 가격을 올리지 못하자 용량을 줄이는 전략을 선택했는데 다시 용량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매출 부진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속된 물가 상승에 필수소비재 분야의 업황이 부진한 점도 주가 약세의 원인 중 하나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금리의 후행적 압력에 따른 가계 소비 둔화로 인해 가성비 소비 트렌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내수 소비 경기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