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주식양도세 기준 완화, '진짜 부자' 견제 위해 필요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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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려 하자 야당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이 정책은 단순한 ‘부자봐주기’가 아니다. 오히려 정책을 완화해야 진짜 부자들을 견제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동안 주식 투자자는 연말이면 한 종목에 대해 10억원 이상 소유하는 것을 피했다. 대주주 기준을 넘어서는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세금폭탄을 맞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은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인 경우를 ‘대주주’로 분류하고,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과세표준 3억 원 초과는 25%)을 부과한다.

문제는 이 법이 사실상 ‘10억원 이상 주식 소유 금지법’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것은 해당 종목의 최대주주다. 주식시장은 12월 결산법인이 대부분이다. 주식양도세 기준 때문에 최대주주 입장에서 껄끄러운 ‘큰 손’들이 주주명부를 확정하는 12월 31일 직전에 주식을 팔아 치우는 현상이 시장 전체에서 벌어진다. 그로 인한 주가와 지수 하락은 덤이다.

어차피 최대주주는 주식을 팔지 않는다. 하지만 상장사의 주주구성은 잘게 쪼개진다. 결국 최대주주의 목소리만이 주주총회에서 쩌렁쩌렁 울리게 된다. 이미 수많은 상장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렇게 주주들이 잘개 쪼개지면 회사를 지배하지 못하는 소수주주가 행동주의를 진행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 어렵사리 지분을 모으더라도 주주가치가 올라 얻을 이익이 크다는 보장도 없어 애당초 행동주의에 대한 시도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최대주주 입장에서 본인을 제외한 다른 비지배주주의 지분이 쪼개질수록 유리하다. 비용을 아끼고 회사를 지배하기 편해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주식시장에는 10%도 안 되는 지분율로 회사를 지배하는 최대주주가 많다. 이들을 견제하기 위한 이른바 ‘슈퍼개미’는 현행 제도로는 나오기 힘들다. 진짜 부자를 견제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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