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가스공사 대규모 적자…프로스포츠단 운영은 계속?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2 14:22

한전 배구단·가스공사 농구단 각각 연간 30∼50억원 운영비, 홍보효과·수익은 거의 없어



정치권에서 한전·가스공사에 자구노력 강조하며 해체설 불거져



가스공사 농구단, 선수단 연봉 총액·순위 최하위, 한전 배구단도 성적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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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고강도 자구노력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양 사가 운영 중인 프로스포츠구단의 매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모기업의 적자로 인한 저조한 투자와 이에 따른 성적 부진으로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만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간 운영비만 최소 30∼50억원이 필요한데 정작 기업홍보효과나 수익은 전무하다시피 한 만큼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에 넘기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야구와 축구, 농구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많은 팀이 해체된 바 있다.

태생적으로 모기업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국내 프로스포츠구단은 구단의 자금사정과 의지에 따라 투자 규모와 성적이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가스공사 농구단의 경우 지난 2020년 전신인 전자랜드가 농구단 운영을 포기하자 채희봉 사장이 전격적으로 구단 인수를 결정, 3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가스공사 농구단은 채 전 사장 당시에는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사장 교체 후 임기가 남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전원을 교체한 데 이어 선수단 투자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스공사 농구단은 이번 시즌 한국농구연맹(kbl) 선수단 연봉 총액으로 약 19억2700만원을 지급한다. 최대 지급가능 총액의 68.8% 수준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다. 현재 순위도 1승 11패로 꼴찌다. 가스공사 내부는 물론 농구계와 팬들 사이에서 이렇게 운영할 거면 차라리 해체하라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구나 가스공사는 농구단 인수 전 이미 태권도단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 스포츠단, 그것도 수억원의 연봉을 지불해야 하는 프로구단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크게 부각된 바 있다.

한전 배구단도 지난달 개막을 앞두고 해체나 매각설이 돌았다. 현재 순위는 4승 6패로 전체 7개 구단 중 5위에 그치고 있다.

당시 한전 배구단은 한전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자구책에 배구단 운영 문제가 포함된 정도라며 해체설을 부인한 바 있다.

한전 배구단 관계자는 "선수단은 회사측으로부터 어떠한 변화를 암시하는 얘기도 들은 바 없다"며 "해체설은 회사 전체 경영적인 측면에서 자구책을 점검하는 선에서 와전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해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기업 구단들의 다른 기업들보다도 사회적 가치 실현, 지역사회 기여의 의미와 지역 정치권의 요구 등으로 창단한 배경이 크다.

특히 한전 배구단은 한국 배구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어 한국 배구의 역사성와 정체성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국내 스포츠계를 이끌었다. 당시 고려증권, 한일합섬 등이 해체됐지만 한전은 78년 동안 명맥을 유지하며 한국 배구사의 산증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내년 개관을 목표로 경기도 오산시에 배구단 클럽하우스도 건설 중이다.

가스공사도 2020년 당시 전자랜드의 구단 운영 포기로 10개 구단 채제를 막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인수한 측면도 있다.

스포츠 팬들도 해체 검토에 부정적이다.

한 프로스포츠 관계자는 "우리나라 프로스포츠는 태생이 정치적 배경과 대기업의 사회공원, 국민여가 선용 차원으로 시작했다. 큰 수익을 보고 운영하는 게 아니다. 공기업들도 그런 의미에서 정치권과 지역의 요구 등으로 동참한 영향이 크다"며 "다른 기업들이 운영하는 구단도 모두 적자다. 기업들이야 재무사정에 따라 해체를 검토할 수 있겠지만 갑자기 해체하면 열심히 운동한 선수들, 지역팬들은 무슨 죄냐. 무책임한 모습에 오히려 더 기업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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