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배임·횡령 유혹하는 CB·BW의 기능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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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전환사채(이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이하 BW)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들은 주식 전환권까지 부여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자금을 사실상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CB와 BW를 발행되곤 한다. CB와 BW는 자금 조달 이외의 기능이 있다.

기업의 매도청구권(이하 콜옵션)이다. 빌린 자금을 빠르게 되갚으라 할 수 있는 권리를 기업에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콜옵션은 양도가 가능해 다른 이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 기업이 자금을 갚더라도 매입한 CB를 만기 전까지 다시 되팔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신용카드처럼 기업은 취득 자산 관련 대금을 만기에 지급할 수 있는 것이다.

관련 기능은 가치중립적이지만 상장기업 오너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 자금을 찍어줄 수 있는 자와 계약하기만 하면 재산적 가치가 자동으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특히 돈 한푼 못 쓰는 ‘CB 꺾기’에 동의한 오너라면 더욱 위험하다. 자금을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매력을 느껴 CB를 발행한다는 것을 자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금이 오가지 않을 수 있다 보니 회사의 재산을 개인의 재산으로 옮기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쉽다. △경영협약서 △합의서 △에스크로계약서 등을 통해 시점만 잘 맞춘다면 권리 역시 ‘동시 이행’도 가능하다. 거래 안전도 도모할 수 있다.

최대주주가 지분율이 낮다면 ‘CB 꺽기’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배당, 유상감자 등의 방법으로 회사의 유보금을 유출시키는 것은 지분율의 한계로 어렵다. 그런데 현금이 오가지 않는 거래로 회사 자금을 빼오거나 그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난 8월 이용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의미가 있다. 개정안에는 사모발행 CB나 BW의 콜옵션을 다른 이가 행사할 수 없게 만들고 회사가 매입한 CB의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된다면 코스닥 시장 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CB·BW를 활용한 배임·횡령이 원천 차단될 수 있다.

세상에는 질서를 어기는 미꾸라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그대로 놔두면 본인들은 이익을 취하고, 회사의 직원과 소액주주들에게 이 책임을 전가시킨다. 피해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같은 배임 행위가 사회적으로 만연해진다면 그땐 국민 모두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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