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전력수급기본계획, 시나리오별 아웃룩으로 개편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05 08:15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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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전력수급기본계획(전력계획)의 목적은 이름에 나온 것처럼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잘 맞춰보자는 것이 핵심이다. 전기사업법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전기사업법 제25조 제1항에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하여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전력수급의 안정이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 전기사업법 제25조 제7항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기본계획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8조에 따른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부합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정도의 규정으로는 꼭 지키지 않더라도 ‘노력’만 하면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5항을 보면 ‘노력’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다음 각호의 계획을 수립·변경할 때에는 온실가스 중장기 감축목표 등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호에 전력계획을 명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도대체 전력계획을 수립할 때 전력수급 안정을 목표로 해야 하는가, 아니면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부합하도록 해야 하는가? 문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분명하게 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전력수급 안정이란 말은 다소 모호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맞는 계획을 입안하고 전력수급 안정이란 목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안 하는 것이 속 편할 수 있다.

담당 정부부처의 입장에서 실무적 목적은 다를 수 있다. 한전의 내부 계획이었던 ‘전원개발계획’을 전기사업법에 규정해야 했던 이유는 전력계획에서 명시된 설비계획을 근거로 발전설비에 대한 건설허가를 내리고 원전 등 발전설비와 관련된 복잡하고 다양한 허가를 ‘전원개발에 대한 특례법’을 통해 일괄적으로 의제처리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점에서 정부 입장에서 전력계획을 수립하는 실용적인 목적은 사실상 발전설비에 대한 건설허가를 내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력계획은 2년마다 수립된다. 그렇다면 어차피 2년 후에 다시 세우고 바꾸게 될 계획을 뭐하러 조급하게 2년마다 수립하는가? 그 이유는 2년 사이에 새로운 발전설비의 건설허가를 내줘야 발전설비가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건설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착공을 해야 발전설비가 몇 년 후에 속속 준공되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은 2년 후의 일은 급하지 않다. 당장 재임기간 동안 발전설비를 착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전력계획의 결론으로 정부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설비건설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설비건설이라는 정부의 실질적 목적은 사실상 발전량을 토대로 파악하는 전력수급의 안정과는 크게 동떨어질 수도 있다. 지난 10차 계획에서 2030년에 발전량 23%를 담당하던 LNG를 불과 6년 후에 9%로 줄여버렸다. LNG 설비는 그럴듯하게 건설한다고 계획하더라도 수익성이 나지 않아 문을 닫아야 하는 LNG 발전설비를 누가 건설할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이런 수준의 LNG 발전량은 LNG 장기계약 물량을 적게 잡도록 하는 셈이어서 수요 증가시 LNG 스팟물량을 추가시켜 국내 천연가스 소매가격과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된다.

지금까지 정부는 이 목적, 저 목적에 맞추기 위해 곡예를 해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본질적 목적인 수급안정,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충 아젠더의 제시, 탈원전(또는 그 반대로 원전 확충), 그리고 실무적 목적인 설비건설 계획의 확정 등 여러 목적을 어떻게 포장하고, 그 실질적 효과를 어떻게 거둬야 할지 고민했을 것이다. 이제 정부는 솔직해져야 한다. 전력계획을 시나리오별 아웃룩(outlook)으로 바꿔서 다양한 목표와 함께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를 병행해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숨바꼭질은 그만하고 솔직한 게임을 하는 것이 낫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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