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휴전 몰리는 상황? 바이든, 젤렌스키 불렀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11 08:20
UKRAINE-CRISIS/BIDEN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영토 수복에 주력하는 가운데, 핵심 ‘전쟁 동력’인 미국의 선택이 주목된다. 당장 우크라 지원 예산 처리를 두고 의회와 대립하는 미 행정부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해 의회를 종용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변함없는 지원 약속을 강조하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12일 백악관에 초청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두 정상은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9월 두 차례에 걸쳐 백악관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의회 지도부 등과 면담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12일 방문 때는 오전 상원을 찾아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 의원들에 초당적 지원을 호소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아울러 새로 선출된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도 별도 회담할 계획이다.

CNN 방송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은 의회에서 긴급 지원 예산 논의가 막다른 길에 놓인 중대한 국면에 이뤄진다"며 "국경 예산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간) 대치가 이어지며 의회는 긴급 안보 예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월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해 모두 1060억달러 규모의 긴급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송부했다.

이에 미 상원은 지난 6일 관련 예산안 처리를 위한 절차 투표를 진행했지만, 공화당 조직적 반대에다가 민주당 일부 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부결됐다.

공화당 의원들은 불법입국을 막기 위한 국경 예산의 시급성을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행정부는 추가 지원예산을 의회가 승인하지 않을 경우 연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고갈될 것임을 경고하며 계속해서 연내 예산안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을 겨냥, "푸틴이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기꺼이 주려 한다"며 "역사는 자유와 대의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을 혹독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여론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퓨리서치가 미국의 성인 52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31%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 지원이 도를 넘었다고 답했다.

특히 민주당 및 민주당 성향 무당층 가운데는 16%만이 우크라이나에 지나치게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본 반면, 공화당 및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같은 응답이 48%에 달했다.

또 당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지만, 내년 대선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바이든 대통령을 상회하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미 의회에 이어 행정부까지 돌아선다면, 전쟁 수행 능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우크라이나에 반 강제 휴전 압박 등이 가해질 공산도 있다.

러시아 역시 휴전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며 전쟁 상황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카타르 도하 포럼을 통해 공개된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휴전이나 평화를 줄 외교적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젤렌스키 ‘씨’에게 전화해보라"라며 "그가 1년 반 전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어떤 협상도 할 수 없게 하는 명령에 서명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평화 회담이 열리기 위한 조건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문제의 대통령령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우크라이나가 휴전을 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미국과 영국 등 ‘서방 뒷배’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두 달 정도 뒤인 지난해 3∼4월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 중립을 기반으로 한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이 거의 타결될 뻔했지만, 미국과 영국이 푸틴 대통령을 더 지치게 하기로 한 탓에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이 교착됐냐’는 물음에는 "미국인들이 그들을 밀어 넣은 구덩이가 얼마나 깊은지 깨닫는 것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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