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동서발전, 적자 한전 위해 ‘정관 바꾼다’…구원투수 등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11 12:01

한수원 이사회 열고 ‘중간배당 산업부 승인 거쳐 최종 결정’ 의결

배당 금액 규모는 미정…"배임 우려되지만 요청 받아들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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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재무위기 극복을 위해 자회사들이 힘을 보탤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1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지난 8일 보류된 한전에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규정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적자 한전 구하기를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모양새다.

한수원은 이날 이사회 의결에 이어 12일 주주총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최종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후 산업부의 승인을 받으면 최종적으로 해당 정관이 개정으로 신설된다. 동서발전도 이날 이사회를 열어 같은 안건을 통과시켰다.

관가에서는 당장 내년초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르면 금주 안에 개정 신설이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내로 한국남동·남부·서부·중부발전 이사회에서도 해당 안건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측된다. 당초 알려진 배당 규모가 한수원이 가장 많아 발전5사는 한수원의 결정을 보고 따른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이 신설되면 한전이 한수원과 발전사들에 배당금을 요청할 경우 각 사가 자체적으로 금액을 검토해 최종적으로 지급하게 된다.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한수원을 비롯한 발전자회사 내부에서는 여전히 향후 배임 소지가 제기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와 한전이 요청한 금액대로 어떻게든 맞춰야 한다. 선택권이 없다"며 "정부의 요청대로 했다고 해서 향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정권이 바뀌면 언제 배임혐의가 제기될 지 모른다. 이사회에서도 이 부분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한전이 위급한 만큼 어쩔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황과 경위에 달린 문제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주주가 상법에 따른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여 배당을 요구하는 사항은 통상 배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회사 재무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된 상황에서 과도한 배당으로 인해 회사의 영업이나 자금조달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면 배임으로 인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올해도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내년에는 채권발행한도가 올해 약 104조원(자본금+적립급 5배)에서 80조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전이 긴급하게 중간배당금을 요청한 배경이다. 이미 현재 채권발행이 80조원이 넘은데다 당장 전력수요가 많은 올 겨울철 발전사들에 전력구입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수조원의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산업부와 한전이 4분기 전기요금 인상 당시 채권발행 한도와 잔액에 대한 계산을 잘못해 일어난 사태를 발전자회사에 강제로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달 8일 4분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발표 당시 ‘연말과 내년초까지 채권발행 한도에는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 "문제 없다. 그런 부분들을 다 고려해 인상폭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계산착오로 채권발행에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내년 총선전까지 전기요금 인상 없이 버티기 위해 공기업인 발전자회사들에 지나친 부담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전 측은 "배당금 선지급 요청은 겨울철 전력수요와 국제 액화천연가스(LNG)가격 급등 등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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