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써니전자 새주인 맞아…차상권 대표 최대주주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12 07:00

안철수 테마 편입하며 주가 급등락…동전주가 1만원 넘기도



창업주 일가는 차익실현에 집중하며 지분 대부분 매도



차 대표 3자배정 유증 참여 5%이상 확보…1년간 보호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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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전자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주인 없는 회사로 남아있던 써니전자가 새로운 최대주주를 맞이한다. 지난 2018년부터 자리를 지켜오던 대표이사가 회사가 실시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가 넘는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최근 수년간 써니전자는 정치테마주로 부각되며 주가가 급등락했고, 그 과정에서 창업주 일가 대부분이 지분을 팔고 떠나 뚜렷한 최대주주 없는 불안한 지배구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제 현 경영진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1일 써니전자에 따르면 차상권 대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난 7일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40억원을 들여 총 185만7873주를 확보했으며, 지분율 5.06%를 보유한다. 해당 지분은 1년간 보호예수가 걸린다.

기존 써니전자의 최대주주는 창업주 일가인 곽경훈 부회장이다. 곽 부회장이 보유한 써니전자의 지분은 3.21%다. 3%가 겨우 넘는 지분으로 회사의 최대주주를 유지하게 된 배경은 창업주 일가가 써니전자의 지분 대부분을 매도했기 때문이다.

써니전자는 국내 전자산업의 역사나 다름없는 곳이다. 1960년대 설립돼 국내 전자산업의 곳곳에 발자취를 남겨왔다. 하지만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에 투신한 뒤 경영진과 안 의원과의 인연이 크게 부각되며 2010년대 이후 정치테마주로 투자자들에게 더욱 잘 기억되는 곳이다.

써니전자는 KEC의 설립자인 故 곽태석 씨가 KEC(설립 1969년)보다 먼저인 지난 1966년 서울 구로동 한국수출산업공단에 설립했다. 써니전자를 운영하며 남은 아쉬움을 일본과의 합작으로 풀어낸 곳이 바로 KEC(전신 한국도시바)다.

곽 회장이 KEC에 전념하면서 써니전자는 동생인 故 곽소석 씨가 맡는다. 이후 곽소석 회장은 지난 1998년 아들 곽영의 씨에게 지분을 모두 증여하며 2세 경영을 시작한다.

이때만 해도 창업주 일가의 지분율은 40%가 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 조회되는 써니전자의 지분 공시 중 가장 과거인 지난 199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창업주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46.25%다.

하지만 2012년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원인은 정체테마주 편입이다.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근무하던 안철수 씨가 대권주자로 떠오른 것이 써니전자에 영향을 줬다. 2009년 경영진으로 합류한 송태종 전 대표가 안철수연구소에 재직한 경력이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당시 7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1년만에 1만원이 넘어서면서 최대주주의 매도가 시작됐다. 2012년에서 2013년으로 오는 1년동안에만 창업주 일가의 지분율이 44%에서 19%로 크게 줄어든다. 지분 대부분을 장내에서 매도하며 수백억원 규모의 차익을 챙겼다.

곽영의 전 회장과 그 아들 곽경훈 부회장은 이후 4%가량의 지분을 남겨두고 있었으나 지난 2020년 모두 매각하기에 이른다. 잠시 창업주 일가의 지분이 없었다가 보유 중인 전환사채를 신주로 전환해 3%가량의 지분을 현재까지 들고 있다.

안랩 출신이라는 송 전 대표는 회사를 떠난지 오래지만 지금까지도 안 의원이 정치적인 기대감을 얻을 때마다 써니전자의 주가도 그에 따라 움직여왔다.

새로 써니전자의 최대주주가 된 차 대표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출신으로 계열사인 삼우통신을 거쳐 지난 2018년부터 써니전자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써니전자 소액주주들은 최대주주 변경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동안 주가가 오를 때면 지분을 팔기에 바빴던 창업주 일가 대신 전문경영인이 제대로 지분을 확보해 회사 경영에 힘써주길 바란다는 기대다.

한 써니전자 투자자는 "창업주 일가는 회사를 설립했지만 책임경영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새로운 최대주주가 회사를 제대로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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