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가진 이탄희·홍성국 선언…현역 중 6명으로 늘어
"현역 의원들 줄사퇴로 근본적인 개혁 공천 요구 커질 것"
▲13일 불출마 선언을 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홍성국 민주당 의원. |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초선인 이탄희(경기 용인정)·홍성국(세종갑) 의원이 13일 현 정치권의 한계를 지적하며 잇따라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현역 의원은 6명으로 늘었다. 잇따른 현역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에 정치권에서는 내려놔야 하는 사람은 자리를 계속 보존하는 상황이라며 근본적인 개혁 공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두 의원은 비교적 의정활동을 잘 해온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이 의원은 판사 출신으로 원내에 들어와 국회의원 세비 절반 삭감,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대통령 선거 출마 연령 제한 폐지, 선거제 개혁 등을 제안하고 각종 현안에 소신발언을 해 눈길을 모았다.
홍 의원은 미래에셋증권 사장 등을 지내며 ‘증권맨 신화’를 썼다는 평가받으며 금배지를 단 뒤 국회에서 주요 경제 이슈 관련 진단 및 제안을 위한 세미나 또는 토론회를 시리즈로 열어 주목받았다.
이탄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에 남아 있는 출마 기회를 다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며 "제가 가진 것도, 가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다 내놓겠다. 선거법만 지켜달라"고 호소하며 불출마 입장을 발표했다.
이 의원은 그간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되 위성정당 방지법을 도입하자고 주장해오며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당내 선거제 개편 논의에 진척이 없자 불출마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됐다.
이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분열의 길로 가서는 안된다"며 "당도 그동안 수차례 했던 대국민 정치개혁 약속을 깨고 분열의 명분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멋 없게 이기면, 총선을 이겨도 세상을 못 바꾼다"며 "대선이 어려워지고, 설사 대선을 이겨도 증오정치가 계속되면 그 다음 대선에서는 윤석열보다 더 한 대통령, 제2, 제3의 윤석열이 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표가 최근 "멋 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지난 20대 총선까지 유지해온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기를 시사한 것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같은 날 홍성국 의원도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년간 국회의원으로서 나름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바꿔보려 노력했지만 지금의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때로는 객관적인 주장마저도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 받기도 했다"고 임기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런 한계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한 저는 국회의원보다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우리나라의 미래 비전을 만드는 미래학 연구자로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잘하는 분야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국가를 위하는 더 나은 길이라 생각한다"면서 "사명을 이어가지 못한 데 대해서는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런 한계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한 저는 민주당원으로서 좋은 정책을 만들어 우리 당과 사회에 제안하는 1인 싱크탱크 역할을 하려고 한다"며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국가를 위하는 더 나은 길이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 중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은 모두 여섯 명이다. 앞서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대전 서구갑)을 비롯해 우상호(서울 서대문갑)·오영환(경기 의정부갑), 강민정 의원(비례) 등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중 박병석·우상호 의원을 제외한 4명은 이번 21대 국회에 첫 입성한 초선 의원들로 외부 영입 인재들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잇따른 불출마를 계기로 여야 의원들 모두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철현 경일대학교 특임교수는 "이번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로 인해 여야 모두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고 의원직을 보존한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아마 내년 총선에서는 단지 중진들에게만 험지 출마, 불출마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아마 초선들까지 포함해서 제로 베이스에서 근본적인 개혁 공천을 하라는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국민의힘 같은 경우에는 이번에 혁신위원회 초·재선 의원들이 침묵하면서 김기현 대표를 비호하는 호위무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초선이 초선으로서의 개혁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지도부의 눈치만 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국회의원들은 희생하는 정신이 전혀 없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선당후사의 마음 없이 자기만 살겠다는 모습은 참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이탄희 의원, 홍성국 의원의 사퇴로 아마 두 의원보다 의정활동이 나은 분들은 남고, 아니면 그만둬야 하는 여야 간의 공천쇄신 경쟁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