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공매도 제도 수백 번 고친다 한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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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지난 4일 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각종 증권 유관기관이 공동 주최한 ‘공매도 제도개선 토론회’가 중계됐다. 공매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기 위한 개선안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개편에 앞서 투자자들의 이해를 얻고 부정적인 여론을 달래기 위한 방책이었을 것이다.

공매도 제도 개선안은 △중도 상환 요구가 있는 기관의 대차 거래 상환기간을 개인의 대주 서비스와 똑같이 90일로 하고 연장 가능하도록 하고 △개인의 대주담보비율(현행 120%)을 기관과 외국인의 대차와 동일하게 105%로 낮추는 방안으로 구성됐다.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보였지만, 취재를 위해 현장에 있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개편을 위한 개편’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실상 개선 없이 현행 제도대로 한다고 해도 큰 변화가 없는 부분들이었으며, 실제로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에서의 반응도 최악에 가까웠다.

공매도를 비판하던 개인투자자들은,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던 공매도가 존재하는 한 주가 하락의 원인을 공매도에 돌릴 것이다. 실제로 ‘공매도 반대론자’들이 요구했던 사항들은 글로벌 스탠다드나 현실성에서 크게 벗어나 제도에 반영하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이 토론회에서는 박순혁 작가와 함께 공매도 폐지를 주창하던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불참해 ‘투자자들에 대한 설득’이라는 취지가 빛이 바랬다. 유튜브를 시청하던 투자자들도 제도에 대한 이해보다는 토론회 참가자들을 ‘카르텔’로 규정하며 원색적 비난을 쏟는 데 열중할 뿐이었다.

당국은 이제 의미없는 제도 개선보다는 투자자들이 왜 공매도를 비판하는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다 효과적인 설득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로 보인다. 최근 유관기관 측은 지난번 토론회가 다소 부족했다고 판단했는지 조만간 박순혁 작가 등이 참여하는 새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여론이 조금이나마 이성적으로 바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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