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사고 HDC현산, 주가 바닥 찍고 상승세 전환
부동산PF 부실 우려에 태영·신세계건설 주가 20%↓
부동산PF 우발채무 리스크, 중소형사일수록 치명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건설업 전반으로 확산된 가운데 건설주 사이에서도 희비가 갈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주거 단지 일대.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건설업 전반으로 확산된 가운데 건설주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건설사는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한 반면 최근 워크아웃설까지 제기된 태영건설 등 중소 건설사는 주가 하락세가 가파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올해 초 대비 53.1% 상승했다. 지난 1월2일 종가 기준 9710원에서 지난 22일 1만4870원까지 올랐다. 최근 주가 바닥론에 힘이 실리면서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다.
HDC현산 주가는 지난해 1월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로 논란이 커지면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고 이전 2만3000원선에 거래되던 주가는 올해 초 1만원 아래로 급락했다. 이에 최근 증권가에서는 HDC현산 주가가 극도로 저평가된 상태라는 분석을 내놨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극도의 저평가에서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했다"며 "광운대 역세권 등 서울·수도권 자체 사업부지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업종 내 가장 먼저 불황의 바닥을 빠져나가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말 별도 기준 순차입금이 1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000억원 축소됐고 미착공 PF는 2570억원에 불과하다"며 "불확실성은 완화, 개발 모멘텀은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GS건설도 이달 들어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인천 검단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순살자이’로 불리면서 지난 1월에는 주가가 52주 최저가인 1만2670원까지 떨어졌지만 지난 22일 종가 기준 1만5480원까지 회복했다.
분양평가 전문업체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 브랜드 14곳 중 GS건설 ‘자이’가 올해 청약자 수 1위 아파트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기준 올 한 해 청약자 수가 19만4896명으로 집계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는 2위(17만2987명), DL이앤씨의 ‘e편한세상’은 3위(15만4180명)로 뒤를 이었다.
반면 최근 부동산PF 리스크 우려로 워크아웃 신청설까지 나온 태영건설의 주가는 올 들어 22.9%가 하락했다. 태영건설 주가는 지난 1월 4870원까지 오른 이후 3800~4000원선에서 거래돼왔으나 워크아웃설이 나오면서 지난 18일 장중 52주 신저가(270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부동산PF 차환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세계건설도 미분양 리스크에 따른 손실과 이자비용 부담 등으로 실적 부진에 빠진 상태다. 지난달 한기평은 신세계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신세계건설 주가는 올해 24.9%가 하락했다.
부동산PF 리스크는 특히 중소형 건설사에 치명적이다. 중소 건설사는 대형 건설사에 비해 지방 위주의 사업장이 많아 건설업황 부진 여파가 바로 자금난으로 이어지기 쉽다. 대형 건설사는 업황 부진에 수익이 감소해도 재무부담이 확대되는 수준에서 그치지만 중소 건설사는 자금난을 못 버티고 부도 처리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달 초 경남 창원의 남명건설이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났고 광주의 해광건설도 자금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최근 부도처리됐다.
내년 건설업황도 밝지 않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시멘트, 레미콘 가격 상승에 인건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사비 증가에 따른 사업성 악화 요인은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PF금리가 여전히 높아 PF 우발채무 부담 해소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기평은 보고서를 통해 "건설 경기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PF우발채무 차환리스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당분간은 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고금리 지속에 따른 주택 수요 부진은 건설사의 영업실적 개선 시점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