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산업통상자원부의 문제 나눠 풀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27 08:20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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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크고 복잡한 문제를 풀 때, 그것을 다룰 수 있을 만한 작은 문제로 나눠서 푸는 것이 방법이다. 어떤 일이든지 큰 일은 통째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보다 작은 일로 나눠서 푸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비정부기구(NGO)의 인사들은 이런저런 고려사항들을 다 집어넣어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문제를 풀 수 없다. 이들도 그걸 잘 알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은 문제를 풀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계속 떼를 부릴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주로 직접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살기 보다는 훈수를 두면서 살아온 사람들이 그런 경향이 많다. 계속 훈수를 두려면 판이 끝나지 않아야 하니 말이다.

문제를 나눠서 풀 경우와 함께 통째로 풀 경우의 답이 다른 경우도 있다. 예컨대 어떤 기부를 한다고 치자. 작은 기부들을 열거하면서 하나하나 소액을 요구하면 기부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걸 모두 합쳐서 목돈을 요구하면 기부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문제들의 답들을 서로 비교해서 과연 상충되는 점이 있는지 하는 것 들을 검토함으로써 큰 문제의 답과 같도록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작은 문제에 대한 답을 그대로 정답으로 여기면 사실 문제를 풀지 못한 경우보다 못할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전력망이 불안해진다. 재생에너지는 햇볕과 바람과 같은 환경에 의존하기 때문에 전력생산이 일정하지 않다. 햇볕과 바람이 일정하지 않으며 일정하다고 구름이 지나간다거나 하는 다른 조건들이 바뀌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 일정하지 않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은 전압과 주파수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 전력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것이 전력시장에 큰 과제로 등장했다. 전력망을 안정화하려면 전력생산량 조절이 쉬운 발전소를 늘리는 것이다. 이른바 탄력적 발전원을 늘리는 것이다. 이 경우 탄력적 발전원으로 석탄발전이나 가스발전을 늘린다면 이산화탄소를 줄인다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취지가 사라져버린다.

다른 방법으로 전력저장장치(ESS), 즉 배터리를 둬서 전력이 남으면 거기에 넣어두고 부족할 때 보충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EES시설을 갖추고 운영하는 데는 매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그 자체보다 전력저장장치의 가격이 더 높기도 하다. 그렇다면 결국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에는 국민이 보지 못하는 이런 다른 비용요소를 추가해 고려돼야 하지만 이 비용은 전력망 비용으로 전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풀어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에너지기본계획도 세워야 한다. 또 2년마다 전력수급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한전의 적자 문제를 다룰 때는 원자력 발전이 줄어들고 재생에너지가 늘어났다는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또 재생에너지가 늘어남으로써 전력망을 보강해야 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마치 한전이 부실 경영을 한 양 한전의 조직을 축소하고, 자산을 매각하며 직원들의 보너스를 줄이거나 반납하는 계획을 세운다.

탄소중립계획이나 전력수급계획을 세울때 가격이라는 시장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빼놓고 계획을 짠다. 한전의 적자는 고려하지 않는다. 전력수급계획을 짤 때는 정책전원이라는 명목으로 재생에너지를 무조건 일정비율을 건설하도록 반영한다. 그리고 나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져 전력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지나치게 높아진 재생에너지를 감당하기 위한 연구소를 설립해서 지원하고 또 한전의 적자 계획은 이들은 고정값으로 놓고 대책을 수립한다.

과연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걸 몰라서 돈 계산을 안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미 돈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공급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재생에너지를 마구잡이로 공급해놓고 전력망을 강화한다며 또 수요처와 공급처가 다른 문제를 해결한다고 또 돈을 쓰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값싸게 탄소중립을 하려면 원자력발전소 늘리면 간단히 모든 게 해결되는 데 말이다.

산업부는 에너지 문제를 큰 틀에서 정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풀면서 정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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