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비주류 이재명 퇴진 압박 속 주목받는 '정세균 역할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28 15:32

"총선 승리 없이 미래도, 민주주의도 없어…혁신 경쟁 선도해야"

이재명-정세균 오찬회동<YONHAP NO-177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이재명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낙연·정세균·김부겸 문재인 전 정부 세 총리들의 연대설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와 정 전 총리가 만나 당 통합에 대해 논의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만남이 당 통합과 분열을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8일 이 대표와 정 전 총리가 만나 당 통합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두 사람의 회동 후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정세균 전 총리는 총선 승리 없이 국가 미래도 민주주의도 없다고 했다"며 "선거를 앞두고 양당 혁신 경쟁이 있는데 경쟁을 선도해달라. 최근 한동훈 선민후사 이야기 했는데 이 대표에게 선민후민(先民後民)정신으로 정치하고 당을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단합은 선거 승리 필요조건이다고 말했다. 검찰독재로 가는 길을 막는 것이 민주당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의무다"라며 "당 분열 막고 수습할 권한 책임은 당 대표에 있으니 수습을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선거제도의 신속 정리가 필요하고 여야가 빨리 결단이 필요하다"며 "예비후보 등록 시기가 됐는데도 선거제도 조차 확정되지 않은 것은 여야 모두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정 전 총리의 말을 경청하고 비상한 시기라는 것과 총선이 대민 운명이 걸린 선거라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권 대변인은 "이 대표는 정 전 총리의 통합과 혁신 주문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과 당내 통합을 조화롭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구체적인 혁신의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만남의 목적은 당 통합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다. 다만 정 전 대표의 입장에 따라 당 분열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만남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주목받은 이유는 정 전 총리의 배경에 있다.

정 전 총리는 6선 의원 출신으로 고향 전북 진안 뿐만 아니라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등 지역에서도 한 번도 진 적 없는 ‘총선 불패’의 대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대통령 빼고 다해본 정치인이다.

문재인정부서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지내며 한 때 당내 최대 계파를 이끌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했고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민주당 등을 거치며 정책위의장.원내대표에 이어 당 대표(당 의장)만 세 차례나 맡았다.

특히 당 분열 등 위기상황에서 민주당 주류 계열 정당의 당적을 줄곧 유지하며 특유의 당 화합 및 통합 리더십으로 계파 세력을 늘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 3총리 중 현재 신당을 추진 중인 이낙연 전 총리(국회의원 5선 출신)와 3총리 연대 대상에 포함된 김부겸 전 총리(국회의원 4선 출신)와는 다소 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이 전 총리는 정 전 총리로부터 서울 종로 지역구를 이어받았다. 종로 지역구는 정 전 총리가 재선한 곳으로 총리에 지명된 뒤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이 전 대표에 물려줬다.

김 전 총리는 정 전 총리가 당 대표할 때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춰 정치 선후배로 긴밀하게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사람이 당대표-원내대표로 있을 때 이재명 대표를 경기 성남시장 후보로 공천, 이 대표가 정치에 본격 입문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총리가 지난 대선 경선 때 중도 포기한 뒤 이재명 대표가 대선 본선에 출마하고 당 지도부를 ‘친이재명’(친명) 일색으로 꾸려 이끌면서 당내 한 때 최대 계파였던 정세균(SK)계 색깔이 크게 약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세력판도 변화와 정 전 총리의 역할에 따라서 적어도 40~50명 정도로 알려진 전 SK계 현역 의원들의 집단행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재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는 정 전 총리는 일부 중복될 수 있지만 SK계 외에 여전히 자신의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친문재인·친노무현계까지 뭉치게 할 경우 야권내 막강한 파워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총리의 민주당내 영향력은 아직도 건재하다는 평이다. 지난 해 해체됐지만 현 21대 국회에서도 ‘광화문포럼’이라는 SK계 의원들의 모임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당내 비주류로 꼽히는 이원욱·조응천 의원과 안규백·김영주 의원 등이 여기 포함돼 있었다.

최근 이 대표 체제에서는 SK계 세력을 의식한 듯 전략공천의 실무를 이끄는 중책인 전략공천관리위원장에 4선의 안규백 의원을 임명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SK계 의원들이 당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정 전 총리가 이 대표 체제에 강하게 반대하게 될 경우 ‘3총리 연합’을 한 후 자신의 세력들 중 일부를 살리기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전 총리가 3총리 연합을 해서 다른 살림을 차리게 되면 민주당은 분열의 길에 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전 총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이 대표의 손을 잡은 의원 세력이 3분의 1로 줄어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까지 전해진다.

다만 정 전 총리는 당분간 당내 혁신과 통합의 길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 전 총리는 3총리 회동을 추진할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지만 연대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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