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설사도 무너질라"...태영건설 워크아웃, 긴장하는 은행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28 12:04

산업은행, 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

은행권, 태영건설 대출금 7000억원

한화·흥국생명, 에코시티 프로젝트에 대출 실행



"대부분 HUG 보증 담보, 워크아웃 영향 제한적"

추후 연쇄도산 가능성 주시..."파장 가늠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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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오늘(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이 위치한 태영빌딩 로비의 모습.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시공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유동성 문제로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신청하면서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다른 건설사들도 유동성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량 사업장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경우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계기로 향후 PF 부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산업은행, 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 개발사업 PF 우발채무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했음에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돼 이를 통보받았다. 이에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즉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 절차를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자력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이 불가능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개시된다.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주채권은행은 채권금융기관에 워크아웃 신청 후 14일 이내에 채권자협의회 소집을 통지해야 한다. 채권단은 소집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 1차 협의회를 열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산업은행은 태영건설 사태와 관련해 이날 오전 중 채권자협의회 소집을 통보했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권단은 채권행사 유예기간을 1개월, 자산부채 실사 필요시 3개월을 부여한다. 주채권은행은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하고, 채권단은 채권행사 유예기간 이내 자구책을 의결한다. 의결 후에는 1개월 이내에 기업개선계획을 약정해야 한다.


◇ 은행권 '7000억원 규모' 대출 어쩌나...보험사도 수백억원대 대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올해 3분기 말 장기차입금 총액은 1조4942억원, 단기차입금 총액은 6608억원이었다.

이 중 태영건설이 국내 은행권으로부터 빌린 자금은 장기차입금 4693억원, 단기차입금 2250억원 등 총 7243억원이다. 장기차입금에는 일반, 시설자금 대출과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포함된다.

은행별로 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PF 대출 1292억원, 단기차입금 710억원 등 총 2002억원으로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했다. KB국민은행은 PF 대출 1500억원, 단기차입금 100억원 등 총 1600억원을 빌려줬다. 다만 PF 대출의 경우 임대주택 개발사업을 하는 태영건설 계열사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서를 100% 담보로 지급된 대출이다. 국민은행 측은 "공정률 80% 이상이고 분양계약도 90% 이상 이뤄진 우량한 사업장"이라며 "이번 워크아웃 신청이 해당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PF 대출 997억원, 우리은행은 단기차입금 720억원을 태영건설에 대출해줬다. 신한은행은 PF 대출 436억원, 단기차입금 200억원 등 총 636억원을 빌려줬다. 하나은행은 PF 대출 169억원, 단기차입금 450억원 등 총 619억원을 대출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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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태영건설이 보험사, 증권사, 제2금융권으로부터 대출한 금액도 적지 않았다. 한화생명은 845억원을, IBK연금보험과 흥국생명은 각각 268억원을 대출해줬다. 이 중 한화생명의 대출은 태영건설이 추진한 전주에코시티 프로젝트에 실행한 대출로, HUG 보증서를 100% 담보로 한다. 전주에코시티 프로젝트는 이미 완공됐고, 임대율도 100%이기 때문에 이번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영향은 없다는 설명이다.

흥국생명의 대출금도 전주에코시티 임대주택사업 대출이다. 대출만기는 2028년이다. 태영건설은 임대주택 준공을 마친 상태로, 이후 전주에코시티가 임대인들에게 임대분양하고 분양수익금을 통해 대출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흥국생명 측은 "HUG에서 대출원리금을 보증하는 구조로, 현재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하고 있다"며 "전주에코시티가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상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태영건설과는 절연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보증서를 담보로 태영건설에 대출했기 때문에 이번 워크아웃 신청이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 건설사 연쇄 도산 우려...금융권 파장 ‘주시’

금융권에서는 현재까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금융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이번 워크아웃 신청으로 건설사들의 추가적인 부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미 부동산 PF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거론되는 건설사가 적지 않기 때문에 사안이 어디까지 커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태영건설에 대출한 7000억원도 적지않은 규모이지만, 그간 위태로웠던 건설사들이 태영건설 사태로 연쇄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부동산 경기가 악화된 상황에서 투자심리는 더욱 냉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권은 이미 HUG가 보증하고 있고, 우량 사업장 중심으로 대출이 진행됐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도 잘 되고 있다"며 "그러나 저축은행, 증권사 등 PF 규모가 많은 제2금융권의 경우 부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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