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리포트] 12만5천년만에 가장 뜨거웠다…가뭄·홍수·산불 잇따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02 14:10

세계기상기구 "2023~2027년 역대 가장 더운 5년으로 추정"

지난해 전국평균기온, 폭염일수, 열대야일수 평년 웃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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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서구 만년동 한밭수목원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의 모습. 기상청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극심해지면서 지난해는 전 세계에서 12만5000년만에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더운 날씨와 극한 가뭄과 호우가 잇따르면서 이상 기후변화 현상을 실감한 한해였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와 미 항공우주국(NASA),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은 2023년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더운 해라고 향후 몇 주 사이에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NOAA는 2023년 1~11월 지구 표면 온도가 1901~2000년 평균치 화씨 57.2도(섭씨 14도)보다 2.07도 높은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6월 이후 매달 역대 최고 온도 기록을 세웠다. 또 547개월 연속으로 20세기 평균 온도를 웃돌았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2023년은 12만5000년 만에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난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직 지난해 12월 공식 기온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6개월 연속 극도로 따뜻한 기온을 보인 점을 고려할 때 과학자들의 이 같은 결론은 확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뜨거운 지구 현상은 ‘바다의 폭염’으로 불리는 해양 열파와 엘니뇨(적도 해수온 상승) 현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연간 수치가 얼마까지 올라갈지 주목된다.

많은 과학자들은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 배출과 인간의 각종 개발 행위 등으로 지구 온도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와 다른 관련 기관들은 지구 기온 상승을 되돌릴 수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 유해가스를 줄이려는 더 많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학자들은 그때까지 2023년과 같은 해가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는 강력한 엘니뇨 현상으로 작년보다 더 따뜻해질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전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국제사회의 목표가 자주 임계치에 도달할 수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3~2027년이 역대 가장 더운 5년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는 손꼽히게 더웠던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단 한 달도 빠짐 없이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기온보다 높았다.

전국 평균기온이 1973년 이후 상위 10위 내에 든 달도 여섯 달(3·4·5·6·8·9월)이나 된다. 특히 3월과 9월은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여름철도 평년보다 훨씬 더웠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총 13.9일로 평년 10.7일보다 3.2일 더 많다. 지난해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도 8.1일로 평년 6.4일보다 1.7일 많았다.

남부지방은 지난해 초까지 기상 관측 이래 49년 만에 가장 긴 가뭄이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시작된 가뭄발생일수는 227.3일로 역대 가장 길었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발생일수는 281.3일로 나타났다.

가뭄이 끝나고 중부 지방에는 극한 호우가 이어졌다.

지난해 장마 때 남부지방엔 총 712.3㎜ 비가 쏟아졌다. 이는 1973년 이후 51년간 남부지방 장마철 강수량 중 가장 많은 기록이다.

올 여름 중부지방 장마철 강수량도 594.1㎜로, 역대 6위에 해당할 만큼 많았다. 전국 평균 장마철 강수량은 660.2㎜로, 역대 3위에 올랐다.

기상청은 지난해 한 해 동안 기후변화가 기상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기후변화 대응의 기반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 등 국제 사회에서 과학적 분석과 예측에 기반한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기상청은 기후위기 감시·예측의 총괄·지원 부처로서 신뢰도 높은 자료의 생산·제공부터 활용, 이해 확산까지 전 범위를 아우르는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해 국가 탄소중립 대응의 충실한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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