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금융권, 2024년 ‘상생’보다 ‘생존’이 우선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03 14:54

나유라 금융부 기자

나유라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발표한 신년사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는 단연 상생이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두 개의 맞닿은 연못은 서로 물을 대어주며 함께 공존한다는 의미인 ‘이택상주(麗澤相注)’를 인용하며 "우리 사회와 이웃, 함께하는 모두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상생의 가치를 지켜 나가자"고 말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고객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상생금융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러한 발언은 주요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들이 새해 조직개편에서 상생금융 전담 부서를 새로 꾸린 것과 일맥상통한다. 취약계층, 소상공인, 청년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정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에 화답하는 차원이다. 특히나 금융권은 올해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상생금융에 대한 주문이 끊이질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당국의 요구는 차치하고, 금융사의 사회적 역할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다. 그간 금융사들이 정부의 요구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찾아 적극 손길을 내밀고, 다방면으로 지원 방안을 구상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작년처럼, 은행이 고금리 시대에 예대마진으로 과도한 이자수익을 거두고 있는 만큼 상생금융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금융권에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고, 실적을 끌어올리고, 어떤 시장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기초체력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금융사들이 지금을 넘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속 가능한 상생금융을 펼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 이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연초부터 국내 금융권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특히 함영주 회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지난해 미국 내 자산규모 16위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은 단 36시간 만에 파산하고,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167년 역사의 종지부를 찍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과거 금융사들의 영광으로는 현재의 성공과 미래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국내 금융사들이 전 세계 금융그룹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더 많은 사회적 환원도 가능하다. 금융지주사들은 정치에 흔들리지 않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생존과 경쟁에 주력해야 할 때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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