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빙선 발주 비용 문제…·환경오염 책임도 걸림돌
▲HMM의 컨테이너선 |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국내·외 선박들이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북극항로가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인근 지역으로 번지면서 홍해를 둘러싼 위협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하이에서 로테르담을 잇는 항로의 운임이 115% 급증했다. 지중해로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비용도 100% 가까이 높아졌다.
파나마 운하가 만성적인 물 부족을 이유로 통항을 제한하는 것도 북극항로로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요소다. 북극항로는 항해에 필요한 시간도 짧다. 러시아 등 인근 국가들의 노력에 힘입어 2022년 기준 물동량이 3400t를 기록하는 등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HMM을 비롯한 정기 컨테이너선사가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로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 상선 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은 쇄빙선을 발주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논리다. 쇄빙선을 빙하가 없는 항로에 투입하는 방안은 경제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빙하가 녹으면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지만, 북극 지역 환경오염의 책임이 선사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된다. 선사들이 탄소중립 등 ESG 경영을 강화하는 것과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컨테이너선이 최종 목적지로 가는 동안 화물을 내리고 싣는 등의 활동을 전개할 기항지가 마땅치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경제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우려가 고조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국제사회의 개입 등으로 홍해 인근의 평화가 회복되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