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두주자 한미약품 이어 동아ST·대웅·일동 가세
글로벌 빅파마·투자자도 유망분야 꼽아 제약사 자극
2030년 해외 130조 전망...지속형·패치형 등 '차별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다이어트나 운동이 아닌 먹는 약으로 비만을 관리하는 국내외 흐름이 확산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새로운 기전의 약물 또는 투약 편의성을 높인 제형으로 차별화한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더욱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최대 제약바이오 투자설명회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올해 유망 분야로 비만치료제가 부각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개발 움직임을 재촉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내 미생물 총칭) 분야 바이오텍 ‘고바이오랩’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 회복을 통해 비만 및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균주 ‘KBL982’에 대해 미국 특허를 등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KBL982는 먹는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한 균주로, 고지방 식생활로 인한 장내 미생물 불균형 회복과 당대사 조절,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분비 촉진 등을 통해 비만과 지방간 등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로 기대된다.
일동제약은 GLP-1 수용체 작용 기전의 먹는 비만·당뇨 치료제 ‘ID110521156’에 대해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고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출범시킨 R&D 전문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비만치료제를 개발, 재무위기에 놓인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투약 편의성을 높인 장기지속형 주사제나 패치형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 개발에 뛰어든 기업도 눈에 띈다.
대웅제약은 R&D 전문 계열사 대웅테라퓨틱스와 함께 팔·복부 등에 붙이는 패치형 마이크로니들 제형의 GLP-1 계열 비만치료제 ‘DWRX5003’를 개발, 올해 초 임상 1상을 시작해 2028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동아에스티는 자회사 뉴로보파마슈티컬스와 함께 옥신토모듈린 유사체 계열의 비만치료제 ‘DA-1726’을 개발, 올해 상반기 중에 글로벌 임상 1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마이크로니들 전문 바이오텍 ‘주빅’과 함께 마이크로니들 제형 개발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 비만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선 한미약품은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일주일에 한번 주사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형의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 승인을 받았다. 이는 한국인 체질에 맞춘 비만약이라는 점이 특징으로, 목표대로 2026년 출시되면 국내 최초 비만치료제가 탄생한다.
이밖에 LG화학은 최근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경구용 희귀비만증 치료 신약 후보물질 ‘LB54640’을 4000억원에 기술수출, 올해 국내 첫 제약바이오 기술수출을 비만약으로 장식했다.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위고비를 보유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현재 90%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규모는 지난해 10조원에서 오는 2030년 130조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업계는 로슈, 머크(MSD),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경쟁적으로 비만치료제 개발·기술도입·기업인수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약물·제형으로 차별화하는데 더욱 주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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