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장’ 이관섭, 윤석열 정부서 왜 잘 나가나 봤더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10 16:29

최근 대통령실 조직개편으로 국정기획-메시지기획비서관실 관장



현 정부 대통령실서 정책기획수석-정책실장 이어 비서실장 맡아



"정책 등 업무역량 뛰어난데다 TK 민심 호소력도 중용 고려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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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임 국민권익위원장, 국가안보실 3차장 등 정무직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왕실장’으로 입지가 커지는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 때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및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던 이관섭 실장이 윤석열 정부 들어 복귀한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을 맺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데다 정무적으로 특별한 경력을 갖지 않은 이 실장이 현 정부에서 잘 나가는 배경에 대해 정치권에선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10일 관가에 따르면 이 실장은 최근 대통령실 조직개편으로 정책실장 소관인 국정기획비서관실과 국정메시지비서관실을 이관받았다.

이에 따라 이 실장은 부속실, 인사기획관실, 법률·공직기강·총무·의전비서관실, 국정상황실 등 정무와 인사뿐 아니라 대통령 일정과 메시지를 각각 담당하는 국정기획과 국정메시지도 관장한다. 대통령실 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 ‘3실장 체제’에서 이 실장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형식적으로는 장관급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으로 보면 부총리급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은 윤 대통령 취임 3개월만인 2022년 8월 과거 정부 정책실장격인 정책기획(국정기획)수석으로 발탁된 뒤 지난해 12월 부활된 정책실장에 기용되더니 한 달만인 최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영전했다.

이 실장은 행시 27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정통관료 출신이다. 국민의정부에서 행정관, 이명박정부 때 선임행정관으로 대통령 비서실에서 일했다. 2011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수석전문위원으로 6개월 정도 활동했다. 박근혜 정부 때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부처의 양대 축 업무인 산업자원실장·에너지자원실장 등을 두루 거쳐 1차관을 지냈다. 이어서 한수원 사장에 임명됐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에 따라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재인 정권의 퇴진 압력으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실장은 여러 공직을 거쳤지만 윤 대통령과 뚜렷한 인연이 없고 정무적 역할이 많은 대통령 비서실장에 어울리는 정무적인 경험도 많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그를 발탁한 뒤 잇따라 중용하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오랜 관료 생활로 익힌 정책 등 업무 역량이 뛰어난 것과 함께 4·10 총선을 앞두고 ‘보수정당 텃밭’인 대구 등 경북권(TK)의 민심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처음 정책기획수석에 발탁한 것은 윤 대통령이 검사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좌천돼 대구고검 검사로 잠시 ‘유배생활’을 했던 대구지역 사회의 강력한 추천을 받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실장은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졸업했다.

이 실장이 경주에 본사를 두고 지역경제를 이끌고 있는 한수원의 사장을 지냈고 한수원의 핵심 사업인 원전 확대 정책을 줄곧 고수해온 점도 윤 대통령의 주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4.10 총선을 앞두고 TK지역에 호소할 수 있는 부분이 커 윤 대통령이 이 실장을 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실장은 한수원 사장 재임 당시 공공기관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탈원전 정책을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이에 3년 임기를 절반 넘게 남기고 물러났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국정운영에 있어서 사람은 곧 메시지가 된다"며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구 출신이자 정통 관료인 이 실장을 비서실장으로 두면서 지역 활동에 나설 경우 ‘보수 텃밭인 TK 인물을 내가 이렇게 아낀다. TK 민심을 내가 잘 알고 있다’는 뜻을 내비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로지 TK민심에 따른 중용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이 실장이 대구 출신 인물인 건 맞지만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정통 관료 출신이라 전문성이 있고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일을 깔끔하게 처리한다는 업무적 신뢰도가 생겼기 때문에 중용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바라봤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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