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개사 거래 정지…장기화에 속타는 주주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10 16:00

평균 정지 일수 513일로 조사돼

KH그룹 계열사 검찰 수사 후 정지



이큐셀 등 2020년 3월부터 거래정지

"차트서 없어졌으면" 주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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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주주들이 먼저 숨지고 찾지도 못해서 휴짓조각 증여도 못하겠다’, ‘언제 상폐되는거냐 내 차트에서 없어지면 좋겠다.’

2020년 3월 거래정지된 코스닥 상장기업 아리온 주주들이 포털사이트 종목토론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일부 상장기업들의 거래가 장기간 정지되면서 해당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거래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도저도 못하는 투자자들의 재산권도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내 증권시장(코스피+코스닥, 스팩합병 등은 제외)에서 거래정지된 기업은 67개로 나타났다. 시장별로 유가증권 상장사 14개, 코스닥 상장사는 53개사로 집계됐다. 특히 거래가 정지된지 2년이 넘은 기업은 13개사로 조사됐다. 거래정지 기업들의 정지 일수는 평균 513일로 분석됐다. 약 1년 반 정도가 시장에 그대로 묶여있다는 거다.

거래가 정지된 기업들 중 눈에 띄는 곳은 KH그룹 계열사들이다. KH그룹 계열사 중 유가증권 상장사인 IHQ와 KH필룩스가, 코스닥 시장에서는 KH건설과 KH전자, 장원테크가 지난해 4월 6일 한날 모두 거래가 정지됐다.

KH그룹 계열사들은 실적 악화와 더불어 금융비용이 증가하면서 재무적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여기에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비리 의혹과 배상윤 회장의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자 그룹 계열사들이 도미노 붕괴가 이뤄진 바 있다.

거래정지


이외에도 2020년부터 현재까지 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6개사로 나타났는데 그 중 아리온온 2020년 3월 19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돼 현재까지 1392일 동안 거래가 정지 중이다. 이외에도 이큐셀이 2020년 3월 20일 거래가 정지됐고,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3월 23일), 주성코퍼레이션(2020년 3월 30일), 파나케이아(2020년 9월 7일), 피엔티엠에스(2020년 12월 15일) 등도 장기간 거래가 정지돼 있다.

거래정지 기간이 장기화하는 이유에 대해 자본시장연구원은 2018년 이후 개정된 외부감사법 시행으로 인한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22년 8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2018년 이후 감사환경이 강화되면서, 감사의견 미달 사유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되는 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임직원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실질심사가 늘어난 점도 이유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의하면, 직원의 횡령 배임 혐의 금액이 자기자본의 5%(대기업은 3%) 이상이거나 임원의 횡령 배임 혐의 금액이 자기자본의 3% 혹은 10억원 이상인 경우 실질심사사유에 해당된다. 법무법인 세종에 따르면 최근 검찰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기조로 인해 관련 상장기업들에 대한 실질심사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실질심사 기업이 개선계획서를 제출하는 경우 상장폐지 보다는 개선기간을 부여해오고 있다. 실제 지난 12월 거래소는 광림을 비롯해 조광ILI, 인트로메딕, 대유, ITX-AI 등 7개사에 대해 개선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문제는 거래 정지가 장기화 되면서 투자자들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만큼 이에 적절한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거래를 장기간 제한하는 조치의 장단점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주식을 자유롭게 처분하는 측면에서 기존 주주의 재산권을 보호할 필요성도 제기되는 만큼 최소한의 미세조정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성모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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