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사태 현실화…새해 벽두부터 확정손실 1000억원 넘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14 12:40

5대 은행만 8∼12일 닷새만에 1067억원 손실·최고 손실률 52%
대규모 손실에 홍콩 ELS 민원 1400여 건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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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불과 최근 닷새 만에 1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되면서, 우려했던 ELS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주요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불과 최근 닷새 만에 1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되면서, 우려했던 ELS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발생한 원금 손실 규모는 올해 들어 12일까지 1067억원이다. 지난 8일부터 집계가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불과 5일 만에 이 같은 대규모 손실이 확정된 것이다.

이 기간 만기가 도래한 전체 원금 규모는 약 2105억원으로 손실률이 50.7%에 달했다. 일부 상품에서는 최고 52.1% 손실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확정된 손실액 82억원까지 더하면, 홍콩H지수 ELS로 인한 원금 손실액은 5대 은행에서 최근 6개월 사이 1149억원에 이른다.

ELS는 주가지수 등과 연계해 만들어지는 금융 상품으로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높은 수익을 얻거나, 반대로 손실을 보게 된다. 보통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약속한 고금리를 적용하고, 밑돌 경우 원금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국내 은행들은 글로벌 증시가 호황을 누리던 2021년 홍콩H지수 기초 ELS를 대규모로 판매했다. 그러나 홍콩H지수가 당시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해당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게 됐다.

문제는 앞으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홍콩H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들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의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이 중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분기별로 보면 올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으로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이 만기를 맞는다.

ELS 상품 중 ‘녹인(knock-in)’형은 녹인 발생 시 최종 상환 기준선(통상 70%), 녹인 미발생 시 녹인 기준(통상 50%)을 넘어야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노 녹인(No Knock-in)형’은 65% 정도가 수익 상환 기준에 해당된다.

이를 감안하면 올 상반기에 홍콩H지수가 판매 시점의 65∼70% 수준으로 반등을 해야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상반기 홍콩 H지수는 1만2000대였다. 현재 5000대를 기록 중인 지수가 8000선을 넘어서야 원금에 가까운 돈을 되돌려 받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상반기에도 홍콩H지수가 현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경우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의 원금 손실 규모는 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에서 올해 들어 불과 약 열흘여 사이 1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속속 확정되자 관련 소비자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 12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 접수된 홍콩 ELS 관련 전체 민원 건수는 1410건에 이른다.

특히 이 가운데 518건은 올해 제기된 민원으로, 최근 만기 도래와 함께 경우에 따라 원금의 절반 이상의 손실이 확정되자 이에 비례해 민원과 항의도 급증하는 추세다.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과 관련,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달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예적금이 아닌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 하에 (투자자가) 책임져야 할 게 있다"면서도 "책임의 문제와 별개로 손실 부담, 책임소재 정리에 대해서는 개선돼야 한다는 점은 여지가 없다. 2∼3월 정도에 필요한 것을 빨리 진행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zoo1004@ekn.kr

이현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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