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희 기후에너지부 기자
요즘은 업계 간 경쟁에서 그린워싱이 이용되는 듯하다.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이 6년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촉박해지면서, 업계가 생존을 위해 타 업계를 깎아내리며 인위적으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타 업계가 우리보다 더 더러우니 정부에게 우리 말고 다른 업계를 더 규제하라"는 식이다.
취재를 하다 보면 한 업계에서 은연 중 타 업계를 그린워싱이라며 저격하는 걸 볼 수 있다. 직접적으로 ‘그린워싱이다’라고 저격하기보다는 환경단체를 이용하거나 언론에 흘리는 방식을 활용한다.
그린워싱 저격이 과열되면서 종종 논리 비약에 빠진다.
환경단체와 정치권 등의 주장을 살펴보면 ‘산업 존재 자체가 환경에 좋지 않아 그린워싱을 한다’며 단정 짓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화석연료를 다량 사용하는 산업이 그린워싱으로 많은 공격을 받는다. 이러한 산업들은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로 탄소를 감축하겠다고 하는데 이 또한 그린워싱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기업이 새롭게 제시한 친환경 활동이 그 이전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지 여부로 그린워싱인지 구별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발표한 그린워싱 예방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친환경 표시·광고를 할 때 명확한 기준과 수치를 제공하고 구체적인 표현을 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신규 화력발전을 기존 화력발전보다 검증된 기술을 활용해 의미 있는 규모로 탄소를 감축한 게 명확하다면 이를 그린워싱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단순히 환경에 좋지 않은 데 그런 척 한다고 그린워싱이면 태양광·풍력도 성역에 있지 않다. 성역이 있는 산업이 있기는 할까.
태양광·풍력은 각각 햇빛과 바람 상황에 따라 전력 생산을 일정하게 할 수 없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대규모 화력발전과 배터리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다면 ‘태양광·풍력은 전력을 생산할 때는 탄소를 배출하지는 않지만 환경을 오염시키는 대규모 화력발전과 배터리에 의존한다’라고 명시해야 하지 않나. 독일 같은 나라에서 태양광·풍력 전력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주변 나라에 전력을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력을 사고 팔 나라가 없다.
그렇다고 ‘재생에너지도 그린워싱에 해당해 문제’라는 건 아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게 현재보다 에너지 생산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탄소배출권, 플라스틱, 폐기물 자원 등 분야도 그린워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정 사업과 기술을 그린워싱이라 비난하며 색출하고 배제하기보다는,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욱 더 친환경적인 사업과 기술을 육성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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