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회장 장남 김동윤 대리, 84억원 투입
학업 마치고 바닥부터 시작…아버지와 판박이
금융투자업계 "급할것 없는 승계…속도 느릴 것"
▲한국금융지주 CI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한국금융지주의 3세 승계가 시동을 거는 분위기다. 창업주 3세의 지분 매입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이뤄지면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확인한 결과 최근 김남구 회장의 장남 김동윤 씨의 한국금융지주 지분이 늘면서 0.25%까지 늘었다.
김 씨가 처음 한국금융지주 지분을 매수한 것은 지난해 7월 13일이다. 당시 2만12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이후 같은 달 14일과 17일에도 각각 2만주, 1만2619주를 매수했다. 당시 종가를 기준으로 그 달 지분 매입에 약 27억원가량을 투입했다.
이후 지분 매수가 없다가 올해 들어서 지분을 늘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연속해 지분을 장내매수해 보유 주식수를 15만6739주까지 늘렸다. 지분율은 0.25%다.
이달 들어서 사용한 자금은 각 매수일 종가 기준 57억원가량을 쓰면서 지난 7월 이후 지금까지 총 84억원 넘는 자금을 지분 매수에 사용했다. 김 씨는 지분 매수를 위해 상속받은 개인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금융지주가 장기적인 3세 경영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나섰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김 씨는 1993년생으로, 영국 워릭대를 졸업한 후 대한민국 해병대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했다. 이후 지난 2019년 한국투자증권의 해외대학교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통해 입사했다.
입사 이후 강북센터지점에서 근무하다가 2020년 말 한국투자증권 본점으로 이동하고 2021년에는 기업금융1부에서 기업공개(IPO) 관련 업무를 맡아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IET 등 주요 IPO 프로젝트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그는 경영전략실 대리로 근무 중이다. 김 씨의 여동생 김지윤 씨는 1998년 생으로 지분이 없다.
학업과 병역을 마친 뒤 곧바로 실무에 투입된 것은 아버지 김남구 회장과 비슷한 행보다. 김 회장도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뒤 1991년 동원증권 명동지점 대리로 입사해 가업 승계를 준비했다. 이후 1998년 자산운용본부 상무를 거쳐 2000년 부사장이 됐다가 2002년 동원금융지주 출범 때 초대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김 씨의 지분 매입에 이은 승계 작업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완만하게 진행되리라고 보고 있다. 실제 김 회장은 1963년생으로 아직 젊은 편이고 김 씨도 이제 막 30대에 들어섰다.
한편 김 씨의 지분 매입 타이밍은 유리한 시점을 골랐다는 평가다. 김 씨가 처음 한국금융투자에 입사할 당시 한국금융지주의 주가는 6만원대를 기록하다가 이듬해 상승세를 타면서 2021년에는 12만원도 넘어섰다. 하지만 고점을 기록한 뒤 조정이 시작되면서 지난해부터는 5만~6만원을 오가는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과 자녀 모두 나이가 젊기에 급하게 진행하기보단 오랜 시간을 두고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며 "한국금융지주가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집중하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3세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