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스크’ M&A 변수 직면한 韓 해운·항공 업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21 10:36

해운 동맹 지각변동···HMM 속한 디얼라이언스 타격 불가피



‘9부 능선’ 넘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美 법원 행보’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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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의 컨테이너선.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인수합병(M&A)을 통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국내 해운·항공 업계가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리스크’에 노출됐다. 업체간 동맹 구도에 지각변동이 생기거나 미국 법원이 합병 작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등 변수가 생겨나고 있다. 지배구조를 재정립하고 내실을 다져나가야 할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1일 관련 업계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2위 해운사 머스크와 5위 하팍로이드는 내년부터 ‘제미나이 협력’이라는 새로운 해운동맹을 맺기로 했다. 양사는 290척의 선박을 투입해 34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물동량을 26개 노선에서 공동 운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M 동맹’(머스크+MSC)이 공동 운항했던 281만TEU보다 약 20% 큰 규모다.

하팍로이드는 한국 HMM과 싱가포르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 대만 양밍이 참여 중인 ‘디 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할 전망이다. 이 동맹의 기한은 내년 1월 말이었다. 머스크 역시 MSC와 체결한 2M 동맹이 내년 1월 끝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해운동맹은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의 시장 점유율은 18.4% 수준이다. 하팍로이드가 빠지면 10% 초반대로 쪼그라든다. 공유 항로가 줄고 물량을 따기에 불리해지는 셈이다. 특히 독일 하팍로이드가 빠지면 아시아계 기업들만 동맹에 남아 항로도 단순해진다.

홍해 문제도 여전하다. 미국과 동맹국의 예멘 친이란 반군 세력 후티에 대한 공격에도 후티의 민간선박 공격이 오히려 늘며 물류 대란 여파가 커지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는 가격 인상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공급 압력이 높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 볼보, 미쉐린 등은 이번 사태로 일부 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다.

하림그룹은 현재 6조4000억원의 가격을 써내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HMM 노조는 이들의 자금조달 계획이 명확하지 않다며 매각 협상에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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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이미지.

‘9부 능선’을 넘어갔다는 평가를 받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작업에도 막판 변수가 생겼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미국 저비용항공사(LCC) 제트블루가 경쟁사 스피릿항공을 인수하는 게 무산됐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법원이 합병 불허 판결을 내리면서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두 항공사가 합병되면 고객들이 저렴한 항공 서비스를 받는 데 제약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양사는 미국 내 6·7위 항공사로 점유율은 합병 이후에도 8% 안팎이다. 반면 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 등 ‘빅4’ 항공사들의 국내선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미국 당국이 항공사간 M&A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한항공은 일부 여객 슬롯을 반납하고 화물사업부를 매각한 이후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기업결합 마무리까지 유럽연합(EU), 일본, 미국 경쟁당국의 최종 판단만 남아있다. 업계에서는 EU가 이르면 이달 말 양사 합병을 승인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일본 역시 다른 LCC 등과 경쟁이 가능한 상황이라 큰 무리 없이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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