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현 금융부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판매 중인 단기납 종신보험의 10년 유지 시점 환급률이 일제히 낮아질 전망이다. 감독당국이 불완전판매 관련 소비자 피해 우려와 ‘해지리스크’에 따른 건전성을 들여다보겠단 이유로 보험사 점검에 나선 데 따른 처사다.
생보사들이 10년 유지 환급률을 최대 135%대까지 올린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환급률을 일제히 낮추는 것은 사실상 업계에 정통 압박이 가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당국은 ‘점검’이라고 칭했지만 이는 사실상 업계 생명력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생보업권은 요양이나 상조 등 신사업 확장이 규제상 막혀있는 상황에서 제3보험의 경쟁력도 손해보험사들에게 밀리고 있다. 출산률 저하 등 업계가 직면한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생보사로서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상품의 영업력에도 타격을 입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5년시점 환급률에 제재를 가하면서 하반기부터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율이 줄어드는 추이를 보였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환급률을 내리면 생보사로선 또 다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요양이나 상조 등 신사업에 대한 규제가 강해 수익성을 확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판매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품에 대한 관여가 커지면 수익성을 지켜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객으로선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현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보험사들은 단기납 종신 상품의 환급률이 높은 것은 실제로 고객에게 유리하게 설계됐다고 입을 모은다. 환급률 개정이 이뤄지면 10년 유지 이후 환급받는 이율과 비과세 효과, 종신 보장까지 가능한 상품에 가입할 기회가 줄어들 전망이다.
당국 제재가 절판마케팅으로 이어지는 방식이 반복되는 것 또한 문제다. 실제로 판매 현장에선 최근 또 다시 막판 ‘절판 마케팅’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환급률이 개정되기 전 바짝 영업에 나선 판매자들로 인해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이럴 경우 판매채널에서 설명은 줄어들고 계약 실적에 집중하게 되면서 당초 당국이 우려한 ‘불완전 판매’ 위험성은 순간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업계에선 상품이 저축성으로 오인받는 등 판매 과정상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면 상품 전반에 압력이 가해지는 방식보다 판매상 과정을 직접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 고안되는 것이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객과 보험사에 가해지는 부작용이 없이 칼을 휘두르도록 감독방향에 대한 제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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