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왜 이래?"...'보험 비교 서비스' 초기 성적 낙제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30 03:00

서비스 출시 일주일

車보험 계약 건수 1000건 미만



플랫폼 가격, 홈페이지와 달라

제공 범위도 제각각



대형 손보사 점유율 지키기에 일각서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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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페이의 ‘자동차 비교·추천 서비스’ 예시 화면.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시장의 관심 속 문을 연 ‘플랫폼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이하 비교 서비스)가 출시 열흘이 지난 가운데 혼란과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플랫폼 수수료가 보험료에 반영되며 기존 다이렉트 채널과의 가격차이가 발생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서비스 편의성 등으로 인해 초기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비교 서비스, 뚜껑 열어보니…소비자 "결과 미심쩍어"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개시 후 지난 25일까지 일주일 동안 비교 서비스를 통해 개인용 자동차보험을 계약한 건수는 1000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온라인을 통한 자동차보험 갱신이 통상적으로 주 평균 14만건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비교 서비스는 최대 11개 핀테크사의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사의 온라인 보험상품(CM)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추천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 기대를 모았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7개 핀테크사와 10개 손해보험사가 참여했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것은 2500만명의 소비자가 매년 재계약 해야하는 자동차보험이다. 다양한 조건별로 보험상품을 비교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완 달리 실제 사용한 소비자들로부터의 미온적인 반응과 미미한 실제 계약 건수가 결과로 나오면서 초기 흥행은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가장 지적이 되는 부분은 수수료율 3%를 플랫폼(PM)요율로 만들어 보험료에 반영하자 상승효과가 생긴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일부 대형 보험사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직접 계약을 갱신하는 것이 플랫폼을 이용할 때보다 3~4만원 저렴하다.

서비스 효용성에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목적인데 플랫폼이 제휴한 회사 수가 달라 플랫폼마다 제시하는 최저가가 다르게 제시된다. 이에 소비자가 본인에게 가장 저렴한 상품을 보려면 플랫폼마다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보험사 다이렉트와의 가격을 다시 비교하는 과정에선 보험사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 조건을 동일하게 설정해야 하는데 선택할 수 있는 보장항목 자체가 플랫폼과 다르게 구성돼 있다.

플랫폼마다 서비스 제공 범위도 상이했다. 보험 만기가 40일 이상 남은 고객에게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안내하는 플랫폼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플랫폼에선 일부 보험사에 국한해 제공하고 있다. 소유한 자동차 유무에 따라서도 이용 가능성이 갈렸다. 결국 플랫폼이 가진 ‘접근성’에서 큰 점수를 받았지만 정작 검사 후 일부 보험사 상품은 아예 노출이 되지 않거나 보험사 홈페이지와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등 서비스 결과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보험업계 "요율 설정은 미리 고지된 내용"…일각에선 비판도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단 입장으로 당장 가격차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도 미온적인 태도다. 보험료 상승면에선 금융당국이 서비스 출시 전부터 보험사 홈페이지(다이렉트)와 비교 서비스를 통한 가입 시 보험료가 상이할 수 있음을 고지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서비스의 편의성이나 효용성을 개별 보험사가 고려할 영역은 아닌 듯 하다"며 "대형사로선 처음부터 미온적이었으나 당국의 제안에 서비스 참여를 고려하게 됐고 수수료며 API 문제로 조율상 어려움이 많았다. 자동차보험은 가격보다 보상문제가 크기에 어차피 단순비교가 어렵고, 서비스 도입으로 중소형사의 경쟁력 향상이 더 기대해볼 영역이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가격 결정권을 각 사에 맡겼지만, 요율을 따로 적용한 일부 보험사들로 인해 제도 취지가 희석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사들은 플랫폼에서 중하위사가 가격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식으로 방어하지만, 대형사들이 플랫폼 제공 가격을 높이면 소비자들은 플랫폼이 아닌 보험사 직접 갱신 루트를 택하게 되고, 이러한 점유율 지키기 태도를 취하면 플랫폼의 혁신성이 희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 외에도 이후 실손보험, 저축성보험, 여행자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서비스에 포함할 방침이지만 초기 흥행 성적에 의해 서비스 확대 이후 효용성에도 의구심이 실린다. 업계에 따르면 당국이 최근 수수료율 점검에 나서 보험사들이 CM과 PM의 체계를 통일하게 하고, 플랫폼사에도 수수료율을 보험료의 1% 안쪽으로 줄이는 방안을 설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서비스 운영기간 동안 서비스 이용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운영경과를 충분히 분석해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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