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2월부터 단기납 종신 상품의 10년 유지 환급률 일제히 인하
업계 "비슷한 경쟁 지속될 것…후속책 마련에 집중"
▲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10년 유지 환급률을 120% 대로 낮추기로 결정하면서 연초부터 불거진 과열 현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생명보험업계가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10년 유지 환급률을 130% 이내로 낮추기로 결정하면서 연초부터 불거진 과열 현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생보업계는 보장성보험 상품이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 실적 관리에 유리한 만큼 해당 영역에서 판매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 시장 달군 ‘단기납 종신’ 경쟁 일단락…내달 일제히 120%대로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생명과 NH농협생명은 최근 일부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한화생명은 내달 1일부터 기존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인 ‘The H3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교보생명·동양생명·신한라이프 등도 이달까지만 기존 환급률을 유지하며 2월부터는 하향하는 방식으로 상품 개정에 들어간다. 생보사들이 경쟁적으로 135%대까지 환급률을 올린 지 한 달 만이다.
보험사들은 신한라이프(135%)를 비롯해 △한화생명(130.5%) △하나생명(130.8%) △푸본현대생명(131.2%) △농협생명(133%) △동양생명(130%) △DB생명(130%) △ABL생명(131%) 등이 높은 환급률을 내걸고 경쟁적인 영업을 벌여왔다.
이는 지난 22일부터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 점검에 나서면서 선제적인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점검에 나서며 환급률 경쟁이 과열될 경우 보험사들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환급리스크에 따른 재무건전성 우려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관해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에도 단기납 종신보험의 납입 5·7년 시점 환급률을 높여 고환급률 경쟁을 이어가는 업계에 제재를 내렸다. 이에 보험사들은 유지 10년째의 환급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경쟁을 지속해왔다.
이에 판매 현장에서는 이달까지만 판매한다며 가입을 서두르라는 광고가 잇따르는 등 절판마케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 또 다른 단기납 전쟁 이어질 것…대체상품 찾기에도 혈안
우선 다음 달부터 10년 시점 환급률이 120%대 수준으로 내려가면 판매 현장에서는 단기납 종신 가입이 이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10년 해지환급률로써 챙겨가던 저축기능 메리트가 대폭 축소되기 때문이다. 이자소득세(15.4%)의 비과세 혜택을 감안해도 10년 시점 연 수익률이 2.4%로 낮아지면서 시중은행 적금수익률인 3%대 수익률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전속채널이나 GA채널에서는 실적감소를 막기 위해 높은 시책비를 내거는 등 판매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우선 환급률을 낮추면서도 비슷한 양상의 경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사들 입장에선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 상품을 판매해야 지난해 도입된 IFRS17의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IFRS17 도입 이후 종전까지 주된 판매 상품이던 변액보험과 저축성 보험의 판매가 현저히 줄었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보장성상품 판매에 열중해야 하는 환경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재를 피해 또 다시 저축성격을 가진 보장상품판매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롭게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 후속 상품을 마련하는 데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연금보험이나 정기보험 등 고액판매가 가능한 대체상품에 집중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특히 양로성 연금보험의 경우 단기납 종신보험의 빠른 원금도달과 높은 환급률 등의 특성을 비슷하게 지니고 있다. 질병·건강·상해·간병치매보험 등 제3보험으로 전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단기납 종신 상품보다 CSM 배수가 큰 제3보험에서 신계약을 늘리려는 복안이다. 시책과 가입한도를 일시적으로 확대해 경쟁에 나서는 방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특정 상품에 대한 한도 경쟁이 심화되고, 이에 과열이 나타나면 감독당국의 제재와 현장에서 절판이 반복되는 양상이 이전보다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CSM 위주 계약을 염두에 둔 영업방식과 경쟁이 또 다시 나타나면 당국이 제재에 나설 수 있고 이에 대한 절판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는 방식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pearl@ekn.kr